피해액만 1조6000억원에 이르는 '라임 사태' 주범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 재판에서 신한금융투자 전 직원이 "펀드를 만들던 초기에는 임일우 전 신한금융투자 본부장이 라임펀드에 관한 결정을 했다"고 증언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 심리로 5일 오후 열린 재판에서 신한금투 전 직원 A씨는 "(펀드를 구성하던 당시)라임이 투자하려 했던 펀드에 대해 자신과 이 전 부사장이 실사를 제안하자 임 전 본부장은 실사에 필요한 자금이 없다"며 "직감을 믿는다. 실사를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임 전 본부장은 라임펀드 구성에 관여하고 또 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판매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1심 재판에서 징역 8년에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앞서 이 전 부사장 측은 라임 펀드를 실제로 만든 것은 신한금투라고 주장했다. 지난 재판에서 이 전 부사장 측은 "라임이 투자하고 폰지사기 등에 연루돼 환매중단 된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펀드'가 부실 상태라는 것을 몰랐다"며 "IIG펀드에 투자하는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신한금투의 'OEM펀드'였다"고 말했다.
OEM이란 주문자가 요구하는 내용으로 물건을 생산하는 방식을 뜻한다. 신한금투가 지시한 대로 운용사인 라임이 펀드를 만들었다는 게 이 전 부사장 측 주장이다. 현행법상 불법이다.
이에 대해 A씨는 "OEM펀드인지는 모르겠다"며 "임 전 본부장이 완전 세세하게 정하지는 않았고, 이 전 부사장 등이 실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6월부터 IIG펀드 기준가가 산정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 떄부터 IIG펀드 부실을 알게 된 것 아니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는 "기준가 산정 안되는게 큰 문제 일 수 있다"면서도 "무역펀드인 IIG 펀드의 특성상 다소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펀드 담보나 보험 등으로 수익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1년에도 그런 사례가 있는 펀드였다"라며 당시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제가 된 IIG펀드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게 된 것은 IIG측에서 환매가 안 된다는 메일이 왔던 2018년 11월쯤이라고 밝혔다.
라임 사태는 2019년 10월 펀드환매 연기가 발생하며 시작됐다. 라임은 개방형 펀드로 투자자가 환매를 요청하면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펀드 투자 업체에 손실이 발생하자 펀드 환매 요청 등을 우려해 다른 펀드상품 자금으로 부실화된 채권을 비싼 값에 인수하는 '돌려막기'를 해 회사에 900억원 상당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