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속 한·일] ①오늘 자정부로 日기업 자산 현금화 가능…극한 치닫는 갈등

2020-08-03 06:00
  • 글자크기 설정

4일 0시부로 일본제철 채권압류명령 효력 발생...한·일 갈등 최고조

일본, 현금화 시 가능한 모든 보복 조치 시사...양국 맞을 파국 우려

현금화까진 시간 걸릴 듯...다만 압류 확정만으로 日 보복 가능성도

스가 日 관방장관 "정부, 현금화 대비해 모든 대응책 검토 중" 경고

위안부 기림의 날·광복절·지소미아 종료 시점 등 잇달아 우려 커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내신기자단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은 실시간 중계 중인 브리핑. [사진=연합뉴스]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가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4일 0시부로 국내에 압류된 일본 전범기업의 자산 매각, 즉 현금화가 가능해지는 만큼 한·일 관계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금화를 위한 국내 사법 절차가 아직 여럿 남은 만큼 일러야 올해 연말에야 자산 매각이 이뤄지겠지만, 그 시점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4일 이후 14일 위안부 기림의 날, 15일 광복절,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 시한 만료 등 한·일 갈등에 기름을 부을 일정이 잇달아 이어진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2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국 대법원 판결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전범기업 자산 매각이 4일 0시부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앞서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6월 1일 옛 신일철주금인 일본제철에 자산 압류 서류 등을 공시송달, 현금화 사전 절차에 착수했다. 현금화는 일본 기업이 판결을 2년 가까이 불이행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한국 대법원이 지난 2018년 10월 소송 피고인 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 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각각 1억원씩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내용의 원심판결을 확정했지만,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한국 측에 제공된 총 5억 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위자료 지급이 끝났다며 반발한 바 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이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응하지 않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에 올린 뒤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여기는 제도로, 법원이 지정한 기한은 이달 4일까지다. 일본제철이 11일 0시까지 즉시 항고하지 않으면 압류명령은 확정된다. 이후 국내 절차만으로도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한일 갈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원이 자산 매각 명령을 내리더라도 실제 매각까지는 상당한 절차와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압류 확정만으로도 일본 정부가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로 그간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현금화 명령에 추가 보복에 나설 것임을 거듭 시사해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1일 현지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는 (현금화에 대비해)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도 지난 6월 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본 언론은 한국에 대한 추가 보복 조치로 비자 발급 요건 강화나 주한 일본대사의 일시 소환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와 한국으로의 송금 규제 가능성 등도 제기된다.

이 같은 2차 보복을 막기 위해서는 현금화에 앞서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현금화 이후 위안부 기림의 날과 광복절, 지소미아 종료 시점이 다가오는 점도 변수다.

특히 양국은 지난해 11월 이후 외교국장급 협의 등을 통해 교섭을 이어가는 상황이지만, 매번 상호 간 입장을 확인했을 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가장 근래에 진행된 6월 24일 한·일 외교국장급 화상 협의에서도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타키자키 시게키(滝崎成樹)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한·일 갈등과 관련한 상대 측의 입장만 확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한 내신기자간담회에서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깊이를 넓혔다고 생각하지만, 입장 차가 굉장히 크고 수출규제 문제도 풀리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4일부로 완전히 순수하게 한국 국내법 절차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며 "외교적인 타협이 힘들어지게 된다는 얘기"라고 진단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