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세 회사 모두 2015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등장했던 소니와 워너 미디어의 '훅(HOOQ)'이 지난 4월 말 가장 먼저 문을 닫았다. 두 번째로 등장했던 '아이플릭스(iFlix)'도 현금이 떨어져 회사의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려왔다.
쿠팡은 아시아의 아마존을 꿈꾸고 있다. 인도 전자상거래 대전에서 아마존은 영상 콘텐츠를 앞세워 시장에 진입했다. 영상 콘텐츠는 좋아하지만, 돈을 내려 하지 않는 동남아 사용자에게 전자상거래와 OTT의 결합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쿠팡도 그런 부분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텐센트는 왜 아이플릭스를 인수했을까? 텐센트는 게임과 위챗으로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만, 중국에서 10억 인구가 사용하는 동영상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의 넷플릭스라 불리는 '아이치이'와 마찬가지로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한한령 이전에는 아이치이와 함께 한국 콘텐츠를 가장 많이 사는 회사 중 하나였다. 그런 텐센트가 아시아 동영상 콘텐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훅 다음으로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고, 한국 콘텐츠와 로컬 콘텐츠 비중이 적절하게 섞여 있으며, 최근 AVOD(광고형 비디오 서비스)로 전환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아이플릭스를 인수했다. 텐센트 입장에서 현재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아시아 시장 공략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매물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동남아 3대 OTT 중 가장 늦게 시작했고, 지금도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뷰(Viu)는 한국 콘텐츠를 활용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90%에 달하는 높은 한국 콘텐츠 비중, 한국 방송 후 몇 시간 이내에 빠르게 콘텐츠를 추가하는 콘텐츠 동시 서비스 등이 뷰의 핵심 경쟁력이다.
뷰는 한국 지상파, 종편, CJ ENM의 중요한 해외 매출처다. 뷰의 소유주가 홍콩의 이동통신 사업자 PCCW라는 점을 고려하면 SK텔레콤 '웨이브'는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뷰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CJ ENM과 JTBC가 독자적인 글로벌 사업을 꿈꾼다면 뷰 입장에선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국내 OTT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넷플릭스와 싸워 이겨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는 동안 정작 중국 OTT는 조용히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섰다. 아이치이는 조용히 글로벌 OTT 'IQ.COM'을 시작했다. IQ.COM의 핵심 경쟁력은 500여개에 달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SBS '편의점 샛별이',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같은 한국 콘텐츠다.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광고만 보면 시청할 수 있는 AVOD 방식으로 유통하며 조용히 세를 불리고 있다. 차별화된 사용자경험(UX)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9개 국어 자막과 웹 기반 사용자환경을 통해 전 세계 이용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자막 비용 정도는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IQ.COM은 구독형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이와 동시에 광고를 통해 대부분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을 토대로 강력한 콘텐츠 구매력도 보유하고 있다. 콘텐츠 배급사 입장에서 넷플릭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큰 고객일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가 OTT 업계의 가장 강력한 공룡이지만, 공룡은 결코 넷플릭스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 OTT와 콘텐츠 업체는 진정으로 싸워야 할 공룡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중요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