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입의 특징 중 하나는 주요 상위권 대학 및 지역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첨단기술 관련 분야의 모집단위 신설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인공지능(AI), 차세대반도체, 미래에너지 등 첨단기술 분야 전문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교육부의 뜻을 대학 역시 이어받고 있는 것이다.
통상의 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 간 구분이 모호해지고 오히려 다양한 분야의 통합이 강조되고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입을 넘어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 흐름에 발맞춘 전문 인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2021학년도부터 새로이 개설되는 다양한 이색 모집단위에 주목해보길 조언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사회 역량을 함양한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인재 육성’이라는 취지 아래 모든 학생들이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기초 소양을 균형 있게 함양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고, 진로 및 적성에 따라 스스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과목이 도입된 것도 이러한 취지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양성’이란 공통의 목적을 지닌 대학들 역시 점차 전통적인 인문/자연 계열에 구애받지 않는 통합 모집단위 선발을 늘려가고 있다.
한편 한양대는 전년도 대입에서 ‘데이터사이언스학과’를 신설한 것에 이어 올해에도 ‘심리뇌과학과’를 신설, 계열 구분 없는 통합 모집단위로 학부생을 모집한다. 두 전공 모두 인텔리전스컴퓨팅학부 소속으로,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신설 모집단위는 단순히 계열 통합 선발을 실시한다는 것 외에도 융‧복합지식,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시대 유망 분야를 정확히 겨누고 있는 전공이라는 점에서 진로 및 취업의 관점에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단, 신설 모집단위인 만큼 축적된 입시결과나 관련 정보 등이 현저히 적으므로 더욱 세심하게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대입과 취업 모두 해결하고 싶다면…고려대, 연세대 등 채용조건형 지원 고려 가능
“학생들의 취업에 대한 걱정 및 불안이 커짐에 따라 국가기관 또는 기업 등과 채용협약을 맺은 소위 ‘계약학과’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계약학과로는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경북대의 모바일공학전공 등이 있다.
2021학년도에는 여기에 반도체공학 관련 전공을 신설한 고려대와 연세대가 추가된다. 먼저 고려대다. 고려대는 SK하이닉스와 협약을 체결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를 신설,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총 30명을 선발한다. 4차산업혁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제품 중 하나인 반도체 관련 첨단기술 핵심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모집단위로, 학비 전액과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반도체공학과 재학생에게는 전공 관련 각종 인턴십 및 해외연수 등의 혜택이 주어지며, 졸업 후 학부 성적 및 인턴 활동 내용을 기준으로 SK하이닉스에 채용된다.
연세대 역시 2021학년도부터 시스템반도체특별전형을 신설, 수시/정시 모두에서 총 50명을 ‘시스템반도체공학과’로 선발한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전문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이 전공은 삼성전자와의 협약에 의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로, 재학 중 다양한 삼성 인턴십 및 현장실습이 보장된다. 또한, 삼성전자 장학생으로 선발될 시 졸업 후 삼성전자 연구개발직에 채용된다.
두 반도체공학과는 고려대와 SK하이닉스, 연세대와 삼성전자라는 ‘최상위 대학-취업 어드벤티지’가 보장되는 만큼 대입과 취업 모두를 목표로 하는 상위권 자연계열 학생들의 지원 및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이 두 모집단위가 아니더라도,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또는 한양대 정보미래자동차학과나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처럼 기업의 지원과 협력이 잘 갖추어진 전공의 경우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아 경쟁률 및 입결이 높게 형성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러한 계약학과 및 특수학과는 다소 보수적으로 결과를 예측하여 더욱 신중히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첨단기술 관련 모집단위 대거 신설…최종 모집요강 확인 필수
“앞서 살펴본 성균관대와 한양대, 고려대와 연세대 외에도 2021학년도에는 4차산업혁명과 맥을 나란히 하는 첨단기술 관련 전문 모집단위가 주요 상위권 대학 및 지역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대거 신설된다. 특히 고려대의 경우 반도체공학과 외에도 데이터과학과, 스마트보안학부, 융합에너지공학과 등 3개 전공을 추가로 신설하여 첨단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자연계열 인재들을 선발할 예정이다. 중앙대 역시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에 각각 AI학과(수시 30명/정시 10명), 첨단소재공학과(수시 28명/정시 12명)를 신설한다.
지역 소재 거주 수험생 또는 인공지능/빅데이터/스마트산업/로봇 등 첨단기술에 관심 많은 학생이라면 지역 거점 국립대에 주목하자. 전남대, 전북대, 충북대 등을 중심으로 대거 개설된 모집단위들은 모두 4차 산업혁명 관련 유망 분야를 다루고 있어 취업적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특히 공기업 및 공공기관 취업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더더욱 지역 소재 대학 진학을 고려해보자. 혁신도시 특별법 개정에 따라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전체 정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해당 공사가 있는 지역의 대학 출신자로 뽑아야 한다. 따라서 관심 있는 공기업의 주된 분야가 해당 지역 대학의 신설 모집단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면, 대입과 취업 모두를 염두에 둔 전략적 지원으로 지역 거점대 진학을 하나의 카드로 활용해볼 수 있다.”
◆전공 신설 첫해는 입결 가늠 어려워…전략적 지원하되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이들 신설 모집단위는 대부분이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한 유망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대학 차원에서도 이들 전공에 대한 지원과 특전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설 모집단위의 경우 관련 정보가 매우 적을뿐더러 축적된 입결 데이터가 없어 결과를 함부로 예측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이러한 신설 전공이 지닌 위험부담 및 정보 부족으로 오히려 경쟁률 및 입결이 낮게 형성될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및 취업이 용이한 분야의 전공들이 신설되었다는 점에서 지나친 낙관보다는 다소 보수적으로 입결을 예상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연계열 중상위권 학생이라면, 이들 상위 대학 모집단위 신설이 자연계열 중상위권 학생들의 원서 접수 판도에 미칠 영향 역시 함께 고려해 섬세하게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