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 권성수 부장판사)는 이씨의 폭행이 상습적이라는 점을 포함해 혐의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점을 들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실상 '합의'가 선처의 주된 이유였다.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가 양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앞서 '버닝썬 사태'와 집단 성폭행, 뇌물공여 등 여러 혐의로 구속된 밴드 FT아일랜드 멤버 출신 가수 최종훈도 선고 직전에 '피해자와 합의를 할 시간을 달라'며 선고연기를 요청했고 받아들여졌다.
거의 동일한 혐의를 받았지만 합의를 못한 가수 정준영의 경우 징역 6년에서 5년으로 1년 감형되는 데 그쳤다.
이처럼 각종 형사사건에서 '합의'는 양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상습적인 폭행 사건에서도 집행유예가 선고되거나 합의를 이유로 양형이 1/2로 깎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형사사건에서 합의 효과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한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형사사건의 경우 합의는 필수적이라는 내용이 주된 의견이다. 법원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하지만 체감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대형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합의를 하면 감경을 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말했다. 형사사건의 경우 합의를 하면 감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변호사는 “처벌은 범죄의 악성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 것으로 필수적으로 감경을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합의를 하게 되면 반성하고 있다는 간접 증표로 볼 수 있고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 여부는 양형에 참작할 수 있는 사유로 법관의 재량으로 감형을 해주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관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희씨의 경우에도 감형받으려는 행동인지 진정한 의미로 피해회복을 도우려고 한 합의인지는 모르지만 재판부는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판단해 감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법관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합의의 진정성을 믿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의를 했다고 해서 무조건 감형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합의는 피해자의 회복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합의의 진정성에 대한 법관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합의는 가해자가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경제적으로 회복을 시켜준다는 취지인데 그것이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인지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며 “법원에서 잘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범죄나 N번방 사태에서도 합의를 한다거나, 반성문 등을 제출하며 반성한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를 강요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며 “합의를 했다고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때도 있지만 진정으로 반성하고 원상회복 시키려 하는 마음에서 합의하려고 해야 감경인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