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상은행, '중국판 골드만삭스'가 될 수 있을까

2020-06-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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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은행업·증권업 겸업 허용할까

금융시장 개방 속 '중국판 골드만삭스' 필요성↑

은행권의 증권사 영토 '잠식' 우려도···업계 구조조정 속도낼까

중국 베이징 소재 공상은행 앞으로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지도부가 '중국판 골드만삭스'같은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 은행업과 증권업간 겸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금융시장 개방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월가 'IB 공룡'에 대적할 만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자국 증권사를 육성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中, 은행업·증권업 겸업 허용할까

30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이 올해 안으로 자국 양대은행인 공상은행과 건설은행에 증권업 업무 라이선스를 발급할 예정이다. 다시 말하면 자국 은행들의 주식 채권 선물 거래 등 영업을 허용해 골드만삭스, JP모건같은 대형 IB를 육성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당국은 은행들의 증권업 겸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상업은행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그동안 중국은 은행업의 증권·선물·신탁업 등의 겸업을 금지해왔다. 하지만 앞으론 증권·선물 거래가 가져올 리스크를 충분히 관리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대형은행에 한해 단계적으로 증권업 겸업을 허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이같은 보도에 대해 추가로 더 언급할 내용은 없다면서도 "양질의 투자은행을 발전시키는 건 국무원의 정책결정 수요에 따른 것으로, 직접 금융 채널 확대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상은행과 건설은행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中금융시장 개방 속 '중국판 골드만삭스' 필요성↑

사실 올 들어 중국은 45조 달러(약 5경4000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월부터는 중국 증권업 시장 장벽이 완전히 허물어졌다. 이에 골드만삭스, JP모건 같은 글로벌 IB들은 이미 증권업은 물론 자산운용, 선물업 등 중국 내 다방면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며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중국 내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앞서 증감회도 지난해 11월 중국 증권업의 글로벌화를 촉진하기 위해 월가와 경쟁할 수 있는 '항모급' 규모의 IB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증권사는 외국계 IB와 대적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현재 중국엔 130여개 증권사가 난립하고 있다. 그만큼 산업 집중도가 현저히 낮다는 의미다.

중국 증권사 자산을 다 합쳐도 공상은행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공상은행은 자산 기준으로 중국은 물론 세계 최대 은행이다. 지난 3월말 기준 총자산 32조1000억 위안(약 5400조원)으로, 보유 고객 수만 6억6000만명에 달한다. 반면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은 총자산 922억 위안에 고객 수는 870만명에 불과하다. 

이에 지난 4월엔 중국 지도부가 '중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기 위해 중국 IB업계 1, 2위인 중신증권과 중신건투증권 인수합병(M&A)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당시 블룸버그 등 외신은 두 기업에서 이미 관련 실사를 진행하고 어떻게 합병할지 타당성 검토에 돌입했다며, 이와 관련해 증감회에서도 보고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의 증권사 영토 '잠식' 우려도···업계 구조조정 속도낼까

은행업의 증권업 겸업 허용이 중국 토종 증권사에 위협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43조 달러 자산 규모의 은행업이 증권 업무에 뛰어들어 시장을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티그룹은 보고서에서 "은행업의 증권업 겸업이 허용되면 소규모 증권사들이 도태되면서 금융 부문의 공급측 개혁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이 소문이 전해진 29일 중국 증시에서 증권사 종목 주가가 일제히 고꾸라졌다. 중신증권이 4.7% 하락한 것을 비롯해 광대증권(-4.9%), 해통증권(-4.4%) 등 낙폭이 컸다. 

반면 최근 경기둔화에 따른 저금리 기조 속 예대마진 압박을 받고 있는 은행들로선 또 하나의 수익 사업이 생길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최근 리커창 총리가 직접 나서서 은행권은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 이익을 포기하라고까지 지시한 상태다.

시티은행은 "중국 은행권의 유니버설뱅킹(은행·증권업무 겸업) 업무로 확대되면서 은행의 비이자 소득 증가로 대출이자 하락에 따른 압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중국은 2015년부터 은행업의 증권업 겸업 허용을 연구해 왔다. 하지만 시행으로 옮겨지진 않았다. 현재 중국 상업은행 중에선 중국은행(BOC)이 유일하게 홍콩 자회사를 통해 중국에서 증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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