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65)이 중국 업체인 에스윈으로 이직하면서 업계가 실제 체감하는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기술인력의 유출은 이제는 단순한 기술의 유출을 넘어 산업의 전체 프로세스마저 송두리째 경쟁업계에 내줄 수 있다.
지난해 11월 스위스 비즈니스스쿨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가 63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세계 인재 보고서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인재 유출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 두뇌 유출(Brain drain) 항목의 경우 4.81점으로 전체의 30위에 그쳤다. 특히 국가의 인재 양성 시스템에 대한 투자와 개발(investment and development) 지표가 19위를 차지한 것에 비해 국내 인재의 유출을 막고 해외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매력도(appeal)는 41위로 전체의 중간에도 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술 유출을 제한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에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국가 간 기술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산업기술 유출 시 처벌 규정 등을 강화한 산업기술보호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은 올해 2월부터 시행 중이다.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크게 세 가지 핵심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외국인이 국가 핵심기술 보유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반드시 정부에 신고하도록 했다. 처벌도 강화했다.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시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과거에는 이 같은 사례에서 15년 이하의 징역만 적용토록 했지만, 개정안은 3년 이상의 하한선을 둬 사실상 더 엄격하게 법 집행을 추진했다. 또한, 기술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했다. 기술을 침해한 자에 대해서는 법원이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기술 유출방지에 관한 법률이 기술 인력의 유출까지 모두 방어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핵심 산업군의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국내 재취업과 창업을 유도하고 상황에 맞춰 재교육을 통해 재기를 돕는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계는 최근 중국의 물량 공세로 실적이 나빠져 다수 업체가 대규모 구조 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다 보니 늘어난 퇴직자들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 취업과 창업을 돕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정부도 전략산업 기술인력의 해외 취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싶지만, 이는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시행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업계에서는 고육책으로 기술인력 유출방지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기술 인력 유출은 비단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 원전업계에서도 기술인력 유출이 본격화되자 뒤늦게 인센티브제로 대응했다. 2018년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업계는 인력 유출 방지책 등을 담은 원전산업·인력 생태계 유지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인센티브에 초점을 맞췄다. 원전 운영·정비 고급 인력에게 별도 직무급과 특별수당을 주고, 직원의 석·박사학위 취득을 지원키도 했다.
그러나 인센티브 정책을 통한 기술인력 유출의 방지는 미봉책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중국의 물량 공세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과 인센티브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전문인력이 만족할 만한 기업 보상체계와 유연한 노동시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중국의 한국 기술인력 확보를 경계해야 한다"며 "OLED의 초격차 기술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중국으로의 핵심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연구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R&D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