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율주행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에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원)를 투자하고, 완전자율주행(FSD) 서비스 출시를 위해 중국의 빗장을 푸는 데 주력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2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엑스(X)를 통해 “테슬라는 올해 AI 훈련과 추론에 총 1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후자(추론)는 주로 자동차에 사용된다”며 “이 정도를 지출하지 않으면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는 있으나 경쟁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들은 경쟁력이 뒤처질 것이란 의미다.
테슬라는 막대한 자금을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샤오펑 등 중국 경쟁사들이 자율주행 기능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후발주자들의 거센 위협 속에서 선두자리를 지키려면 경쟁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전날 중국을 깜짝 방문한 점 역시 자율주행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인도 방문을 연기한 지 약 일주일 만에 방중에 나선 것으로, 시장은 머스크가 FSD를 중국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급하게 방문길에 오른 것으로 관측했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아직 FSD를 출시하지 못했다. FSD가 출시되면, 자율주행 기능을 앞세워 중국 전기차 업계와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력을 점할 수 있다.
최근 테슬라의 중국 내 입지는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테슬라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3분기 10.5%에서 4분기에는 6.7%로 위축됐다. 현재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2024 오토차이나(베이징 모터쇼)'에서 중국 전기차 업계는 대거 신형 모델을 선보이고 있지만, 테슬라는 참가조차 하지 않았다.
아울러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 알고리즘 훈련을 위해 중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해외로 이전할 수 있도록 중국 당국의 승인을 얻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데이터가 중국 밖으로 전송되는 것을 금지한다.
다만 머스크의 방문에 맞춰 FSD의 중국 내 배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머스크가 리창 국무원 총리와 만난 가운데 중국 당국은 테슬라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 안전검사에서 외자기업 최초로 적합 판정을 내렸다. 리 총리는 상하이 기가팩토리가 문을 연 2019년 당시 상하이 당서기로 머스크와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머스크 CEO 방중이 전기차 시장 판도를 흔들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웨드부시증권 소속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가 중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해외로 전송할 수 있도록 중국 당국의 승인을 얻는다면 이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이번 방중을 통해 테슬라가 중국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테슬라의 주행 보조기능인 ‘오토파일럿’과 관련된 교통사고 재판만 최소 8건이 예정된 가운데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안전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