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고 발표한 다음날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당초 이 부회장 측의 수사심의위 소집으로 시간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검찰은 지체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수사심의위를 기다리지 않은 검찰의 행보에 대해서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4일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이 부회장 측은 수사심의위 신청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법조계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의 공정한 판단을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검찰 측에서는 수사심의위 소집으로 수사를 늦츨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신병 처리에 돌입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측에서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무리한 수사 강행이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조금만 기다리면 수사심의위가 꾸려질텐데 조금 성급하게 움직인 것 같다"며 "검찰이 삼성 측이 잘못했다고 확신하고,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해서 움직인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제일모직 가치가 고의로 부풀려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이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달 26일과 29일에 이 부회장을 두 차례 소환해서 34시간 가량 고강도 수사를 펼쳤다. 당시 이 부회장은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도 수사심의위 신청 등이 알려진 지 하루만에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적잖이 당황스러운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1년 8개월 동안 수사를 했던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그만큼 확신이 있다는 것"이라며 "증거가 불충분하고 증거인멸 우려도 없기 때문에 구속영장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