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텅빈 이태원…인적은커녕 음악소리도 안들려

2020-05-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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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단감염 이후…

줄 서서 먹던 맛집엔 ‘임시휴업 포스터’

상인들 “재난지원금 풀어도 효과 못봐”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뒷편 거리 모습.[사진=김태림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일부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일주일. 기자는 13일 오후 이태원을 찾았다. 이태원 일대 거리는 한때 신천지 사태로 적막했던 대구의 거리를 연상케 했다. 사람으로 붐볐던 역 안은 썰렁했고, 역내를 배회하는 서너명 모두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있었다.

해밀턴 호텔 뒤편 세계음식특화거리는 이태원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골목으로 꼽히지만 이날은 음악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손님이 오길 바라며 야외 테라스를 열고 영업을 하지만 골목길을 통틀어 한 테이블에만 손님들이 앉아 있다. 음식점 관계자들은 테라스의 빈 테이블에 앉아 텅 빈 거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30분씩 줄을 서서 기다리던 유명 음식점과 자정이 넘도록 사람들로 북적였던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는 문 앞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휴업’한다는 포스터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을씨년스런 거리를 오가는 건 인근 주민뿐이다. 경리단길에 5년간 거주 중인 문영훈씨(가명‧35‧남)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라며 “‘이태원=코로나 발생지’란 낙인이 찍혀 이 일대가 유령도시가 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태원 일대 일부 가게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휴업에 돌입했다.[사진=김태림 기자]


사람의 발길이 끊기다 보니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풀어도 이태원 상권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상인들은 토로한다. 코로나 발생 지역으로 낙인찍히면서 소비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재난지원금 효과는 꿈도 못 꾼다는 것이다.

10년째 이태원에서 포차를 운영하고 있는 이태길씨(가명‧38‧남)는 “어제 고작 4테이블 밖에 못 받았다. 오늘부터 재난지원금 사용이 시작됐다는데 효과는커녕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이태원 시민이 감염자가 된 것이 아닌데 이태원은 감염지라는 인식이 박힌 탓이다.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수년째 자리 잡고 있는 디저트 가게도 손님이 90% 줄었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기대감은 접은 지 오래”라며 “이태원이 제2의 대구가 된 것 같다”며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평소 같았으면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던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들도 코로나 재난 앞에선 맥을 못 췄다.

이태원 일대 2곳의 지점을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15일부터 영업시간을 3시간 단축한다. 좌석 수도 ‘거리두기’ 일환으로 3분의 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도 24시간 영업을 하던 투썸플레이스 이태원역점 직영점은 단축 운영을 단행하고 직원 수도 줄였다. 이제는 휴점까지 검토한다. 투썸플레이스 본사 측은 “고객 및 직원의 안전을 위해 14일 오후부터 휴점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태원 매장 인원 감축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오후 6시경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 모습.[사진=김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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