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운용 소송 예고한 원유개미, 법무법인 찾기 '난항'

2020-05-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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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여명 규모·불투명한 승소 가능성··· 법무법인 선임 장기화

일부 투자자들은 별도 모임 구성해 소송 준비 착수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이 법무법인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승소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평가와 함께 일각에서는 운용방식 변경이 결과적으로 옳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별도의 모임을 구성해 소송 준비에 착수한 상황이다. 

30일 투자자 모임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삼성운용의 'KODEX WTI원유선물(H)' ETF 손실 보상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집단 대응은 법무법인 선임이 미뤄지며 연기되고 있다. 모임 측에서 복수의 법무법인과 접촉했으나 피해액 추산의 어려움과 소송 참여 인원의 불분명함 등으로 사건을 수임하겠다는 곳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투자자 모임의 경우 가입 인원이 이날 기준으로 7000명을 넘어섰다.
한 금융전문 변호사는 "해당 상품의 투자규약 등을 보면 반드시 사전에 공지를 해야 한다는 부분은 없고, 회사 측에서도 변경 이후 규정에 따라 바로 공지를 했다"며 "쉽지 않은 소송인 데다 참가 의사를 밝힌 인원도 많다 보니 법무법인 선임이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투자자 모임은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분쟁 장기화에 대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운용은 지난달 22일 KODEX WTI 원유선물 ETF의 보유 종목을 WTI 6월물에서 7·8·9월물로 대거 교체했다. 회사 측은 5월물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6월물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게 자산을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운용사의 전략이 변경된 탓에 펀드 수익률이 6월물 가격 흐름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운용사 입장에 일리가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장 가까운 월물을 매수한다는 점에 주목해 삼성운용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어 투자자들의 반발이 이해가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최근 유가 급락세는 유례없는 사태인 만큼 운용사에 과도한 비난이 쏠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운용이 월물 교체를 한 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기초지수가 추종하는 WTI선물을 7월물로 전량 교체했는데, 어찌 보면 선제적 대응을 한 것"이라며 "운용사 측에서 전략을 변경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투자자 피해가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순히 월물 교체 이외에도 순자산가치 표시 오류 등의 문제도 있어 소송 전망을 예단하긴 어렵다. 다른 법조계 인사는 "편입 종목의 변경 후 펀드의 실시간 순자산가치(iNAV)가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되는 오류가 발생해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도 있어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다른 모임을 구성해 소송을 준비 중이다. KODEX WTI 원유선물 ETF에 투자한 변호사가 직접 소송 채비에 나서 근시일 내로 법정 다툼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 변호사는 "현재 700여명 정도 인원이 모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금융권 전문가 등과 함께 기초적 사실관계와 법리적 쟁점 등을 검토하는 단계이며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것"라고 설명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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