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대기오염 총량제까지...깊어지는 산업계 ‘한숨’

2020-03-0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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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화학업계 "TMS 1년 안에 설치하기 어려워…유예해야"

코로나19로 경기전망 암울…설비투자 이행 차질 가능성도 제기

경남 산업단지에서 이산화탄소 등이 배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철강업체 A사는 대기오염 총량제 시행을 앞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기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매년 수천억원의 설비투자를 하지만 과징금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NOx(질소산화물)와 SOx(황산화물)를 동시에 줄일 수 없어서 올해도 다른 기업에서 배출권을 사와야 하는 신세다.

#반도체업체 B사도 한숨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내년 3월까지 TMS(굴뚝 배출가스 자동측정 시스템)를 사업장마다 설치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소연 한다. TMS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테스트하고 설치하기 위해서 기간 유예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 산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경영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대기오염 총량제 시행까지 겹치면서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대기관리권역법과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제가 시행된다. 사업장에 연도별로 배출허용총량을 할당하고 할당량 이내로 오염물질 배출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업장은 약 1100개(설치 기준 1900개)로 이들 기업은 1년 동안에 TMS를 부착하지 않으면 벌금 등 불이익이 돌아온다.

업계는 내년 상반기까지 설치해야 하는 TMS 부착기간이 짧다고 공통적으로 주장한다. 화학업체 C사 환경 담당 임원은 “환경부가 24시간 가동 사업장에 대해서 유예를 해주기로 했지만 이걸로도 부족하다”면서 “TMS는 설치를 하더라도 1년 정도는 시험 운영을 통해 계절적 환경 요인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한국 경제에 암운이 드리운 상황에서 예정된 설비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화학업체 D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사실상 올해 상반기 실적 목표 달성은 어렵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영업이익 중 일부분을 저감장치에 투자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인센티브가 아니라 과징금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앞서 철강업체 A사 관계자는 “올해 NOx를 줄이기 위해서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한다. 기존 SOx 설비에 NOx 설비를 추가하는 방식이라서 설비작업을 하는 두달간 SOx 설비를 멈춰야 한다”며 “현행법에서는 이럴 경우에도 과징금을 내야 한다. 경영진에 이를 설명해야 하는 담당자로서 매번 곤혹스럽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2024년까지 5년간 배출가스를 줄이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겪을 수 있는 진통이라고 설명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SOx가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배출권 구매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며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업계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하겠다는데 그 기간에 나오는 것도 배출권을 사는 게 결국에는 벌금과 같다”며 “이런 문제가 없어야 시설 투자가 된다. 배출권 가격도 매년 상승하고 있다. 거래 제도는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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