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칭 당사자인 공공기관에서는 “당연히 그런 지원사업이 없다”며 “정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정부 로고와 공공기관을 빙자한 이 광고는 시세 1억원 이상 아파트 또는 빌라 보유자에게 LTV 100%로 최대 10억원의 대출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최소 5년에서 30년까지 자유로운 상환방식에 연이율 5%대 금리를 보장한다며 이름과 연락처, 거주 지역 등을 입력하면 한도조회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사기 수법은 신청자를 대출상담 핑계로 만나 개인정보와 통장 또는 카드, 비밀번호 등을 빼돌리는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형태다.
SNS에 게재된 링크로 들어가 개인정보수집에 동의한 후 개인정보를 입력하자 김모 팀장이라는 대출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김모 팀장은 정확히 어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거냐는 질문에 "주택공사"라고 대답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인지 되묻자 "맞다 기금 지원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환대출을 받고 싶다고 하자 현재 거주지와 아파트 이름, 현재 받은 대출상품의 금리를 물어봤고, 기존에 홍보한 5% 금리보다 더 낮은 3.2% 이하 대출도 가능하다고 했다.
1금융권보다 금리가 더 저렴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상품이 이해가 안 된다고 묻자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라서 그렇다”며 신뢰를 강조했다.
본지가 김모 팀장과 통화하는 동안 주변에서는 다수 상담원이 대출상품을 설명하는 듯한 목소리가 겹쳐서 들렸다.
실제 이 유료광고에는 196건의 댓글과 766건의 공감이 달렸고, 48회 공유됐다. 댓글을 보면 조직적인 여론 형성에 활용한 듯 상품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고, 게시자는 친구 수가 10명 미만에 불과했다.
사칭 당사자인 LH 관계자는 "그런 지원사업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 로고와 공공기관을 사칭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정부 차원에서 사법적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에 그치지 않고 8시 뉴스 방송에 나온 듯한 모양새로 '대한민국 서민금융'이나 '금융지원센터'와 같이 서민금융진흥원 등 다른 공공기관을 사칭한 광고가 끊임없이 나온다는 점이다.
정부는 부처별로 책임소재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국토교통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에, 금융감독원은 경찰에 문의해야 한다는 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 관할 공공기관을 사칭하긴 했지만, 허위광고나 금융피해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담당"이라고 말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허위광고는 우리 담당이지만 금융피해는 금융감독원이나 경찰 쪽이 맡을 듯하다"고 안내했다.
또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단속 권한이 없어서 적발은 경찰이나 검찰 쪽에서 해야 한다"면서도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현재 상황파악도 쉽지 않은 상황. 최근 대출 관련 피해 민원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에 접수한 민원 208건 중 단 1건만이 SNS 대출 허위광고 관련 내용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35건 중 38건(28%)이나 차지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SNS에 수없이 다양한 유형으로 허위광고가 이뤄지고 있는 현황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우선 국내에 서버를 둔 포털 등에서 이뤄지는 허위광고를 내리게 하는 등으로 조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