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요. 30대 이상 성인남녀가 두 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누가 어디에 뭘 샀는데 몇억원을 벌었대"와 같은 주제가 으레 오갑니다. 삽시간에 궁금증의 초점은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맞춰지죠.
이에 본지는 소위 '아파트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와 재테크 노하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공담과 실패 경험뿐 아니라 기회와 위기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과 전략, 그 결과까지 전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30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이 기록으로써 우리 모두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투자 전략은 분양가격이 저렴한 수도권 공공택지개발지구에서 지하철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의 미계약 물량을 주워 담는 일명 '줍줍'이다.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신축 아파트를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고, 각종 기반시설이 언젠가 반드시 확충되므로 호재로 인한 시세차익까지 담보돼 있다는 판단이다.
"맞벌이 월급쟁이로만 살다가 종잣돈이 어느 정도 모이니까 투자를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주식은 까먹으니까 제로가 되더라고요.(하하) 다른 걸 찾았죠."
"IMF랑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보니까 부동산에서 위기는 잠깐일 뿐 결국 우상향이구나, 기회는 언제나 있었고 언제 잡느냐가 문제였구나. 그런 깨달음을 얻은 거예요."
"미분양도 결국 완판되면서 웃돈이 붙더라고요. 이때 들어가면 되겠다 싶었어요. 2014~2015년쯤 수도권에서 미분양이 많이 나올 때를 저는 기회로 봤습니다."
그가 처음 눈여겨본 곳은 경기도 구리시 갈매지구다. 전국적인 미분양 사태가 속출했던 시기에 특히 이곳은 건설사들이 이색 마케팅까지 나선 험지였다.
2014년 4월에 모델하우스 문을 연 '갈매 더샵 나인힐스'의 경우에는 7월까지 계약률이 60%대에 불과했다가 10월경에야 미분양 물량이 모두 소진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공공택지 특성상 갈매지구에 초·중·고교가 마련되고 교통여건이 개선되면서 자연스레 주거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입지라고 봤다.
"우리의 경제는 성장하고 개인의 소득은 더 늘어나겠죠. 그러면 자식 키우기 좋고 일정한 인구가 받쳐주면서 교통이 괜찮은 곳의 부동산은 무조건 뜬다고 봤어요. 딱 공공택지잖아요."
그는 2015년 6월과 8월에 분양한 '구리갈매 대우 푸르지오' 148㎡(이하 전용면적 기준)와 '갈매역 아이파크' 114㎡ 미계약물량을 사들였다.
두 단지 모두 분양가의 10%인 계약금만 내면 중도금 없이 입주 시점에 잔금만 치르면 됐다. 분양가는 푸르지오가 약 6억4000만원에 아이파크가 4억4000만원대였고, 현재 실거래가는 각각 8억5000만원과 7억원으로 뛰었다.
"당시에 미분양을 털어야 하니까 건설사들이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주고 팔았어요. 그냥 가서 계약서만 쓰면 됐었죠. 입주 시점에는 전셋값이 분양가랑 비슷해지더라고요."
"전세 놓고 보니 실제 투자금은 1억원도 안 되는데 15억 이상의 부동산 자산이 생긴 거죠.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서 세금을 줄이고 나중에 팔 때 양도세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2017년에는 수원시 호매실로 눈을 돌렸다. 5만5000명 규모의 대규모 공공택지지구인 이곳은 공급 초기인 2012년 1순위 청약 접수율이 28%에 불과했을 정도로 미분양에 시달리던 지역이다.
"호매실은 지하철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였죠. 근데 언젠가 들어온다는 건 누구나 알았어요. 분양가에 교통분담금이 포함돼 있었고 호매설 연장선 계획안이 잡혀 있으니까."
"이 정도 규모 택지면 지역 수요를 빨아들이면서 앞으로 더 발전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론적으로는 적은 비용으로 재투자하는 데 성공했죠."
미계약분을 사들인 곳은 호매실 21단지 84㎡(2억2000만원)와 9단지 106㎡(3억2000만원)다. 이 두 매물의 현재 실거래가는 각각 3억4500만원과 4억3500만원까지 올랐다.
마찬가지로 계약금만 지불한 후 전세를 놓고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방식으로 자산 8억원가량을 불릴 수 있었다.
호매실 두 아파트는 기본계획 고시 이후 14년 만에 호매실 연장선 착공 시기가 2023년으로 확정된 만큼 호재를 기다리며 장기간 보유한 후 처분할 계획이라고 한다.
"어쩌면, 2009년에 금융위기가 오고 나서 집을 사지 말라고 할 때 판교에 거주 목적으로 사둔 집이 큰 밑천이 됐어요. 4억원 정도에 분양받았는데 2015년쯤 10억원이 넘었고,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도로 받아서 투자금으로 쓸 수 있었으니까요."
"부동산 시장은 결국 돌고 돌아요. 판교든 갈매든 호매실이든, 누군가 위기라고 부르는 지역 중에서 어떤 곳은 기회라는 말입니다."
"지금도 미계약이 나오면 서울로 줍줍족이 몰리잖아요. 사실은 서울 말고도 적은 투자금으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도처에 있는데 찾아내지 못할 뿐이라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