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억 투입할테니 추가 대출해라"...쌍용차에 고민 깊어진 정부

2020-01-1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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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으로부터 추가 공적 자금 투입을 요청받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적극 개입했던 정부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자동차 산업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그렇다고 마힌드라 측의 요청대로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쌍용차에 추가 자금을 투입할 경우, '세금 퍼주기'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17일 이틀간 한국을 방문한 마힌드라 그룹은 오는 30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쌍용차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여부와 정상화 계획 등을 결정한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마힌드라 이사회 개최 전,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당장 확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마힌드라 측도 한국 방문 성과에 대해 이사회 논의를 거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투명하게 결정된 사안은 없었다는 얘기다.

파완 고엔카 사장의 한국 방문 목적은 쌍용차의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추가 대출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다. 마힌드라 측은 산업은행에 추가 대출을 요구하면서, 마힌드라 측의 2300억원의 자금투입과 2022년까지 쌍용차를 흑자로 전환시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3년 안에 투자와 제휴를 통해 쌍용차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쌍용차 평택 본사에서도 고엔카 사장은 "2300억원에 대한 지원은 의심하지 말아달라"며 "대주주의 지원 의지는 확고하다"고 공언했다. 또한, 인도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은 포드와의 협업을 통한 쌍용차 지원도 협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힌드라는 최근 인도에서 포드 공장을 구입했다. 포드와의 제휴로 쌍용차 2500대를 해외에서 판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다만, 산은은 면담 후 자료를 내고 "쌍용차가 충분하고도 합당한 수준의 실현 가능한 경영계획을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동참과 협조하에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힌드라가 제시한 3개년 정상화 계획이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해야 한다는 얘기다.  

쌍용차는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시설자금을 대출받는 등 차입금이 1900억원에 이른다. 올해 산업은행에 갚아야 할 대출금도 900억원이다.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추가대출을 단행할 경우 정부가 일자리 문제로 볼모를 잡힌 것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쌍용차의 해고자 복직 문제에 적극 개입한 정부가 뒤늦게 '일자리 청구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7월, 인도 방문 중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를 논의했다. 이어 9월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통해 119명을 전원 복직시키는 데 합의했다. 

다만, 쌍용차는 신차 판매 부진 등으로 오히려 일자리를 줄여야 할 입장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쌍용차의 당기순손실은 1855억원으로, 2017년(658억원), 2018년(618억원)보다 두배 이상 불어났다. 쌍용차는 2016년에 반짝 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4분기까지 12분기째 적자가 확실시된다. 지난해 약 4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과잉인력 후유증을 앓고 있는데, 추가 자금을 투입해 쌍용차를 살려낼 수 있을지 확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ㅇ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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