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여성 운동선수는 시합이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매일 술자리에 끌려갔다. A 씨는 "감독님 누구하고 친분을 쌓기 위해 술자리를 만들고, 회식 자리에 선수들을 데리고 나간다"며 "강압적으로 여자선수들한테 감독님 지인들을 소개해 계속 연락하라고 했다"고 고백했다.
실업팀 선수 10명 중 1명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당한 비율도 여성 선수가 남성 선수에 비해 4배가량 높아 여성 선수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피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30대 후반의 여성 운동선수는 "시합 끝나고 카메라가 집중됐을 때 감독님한테 뛰어와 두 팔 벌려 가슴으로 안기지 않았느냐"며 화를 낸 감독도 있다고 밝혔다. 또 "어떤 지도자분들은 고등학생 여자선수에게 술 마실 때 무릎 위에 앉아보라"고 강요한 사실도 언급했다. 특히 조사단은 여성 선수 11명, 남성 선수 2명이 신체 부위 촬영 피해를 경험한 사실도 확인했다.
실업팀 여성 선수들은 결혼 및 임신, 출산에 따른 고충도 털어놓았다. 30대 초 여성 선수는 "아이를 가지려고 준비한다고 했을 때 명단에서 저를 제외하려 했다."며 "한국에서는 아이를 낳고 30대 중후반이 되면 다들 그만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권침해에도 피해 선수 중 절반 이상은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 신체폭력을 경험한 선수 중 67%는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고, 38.5%는 괜찮은 척 웃거나 그냥 넘어갔다고 답했다. 싫다고 분명히 말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는 6.6%에 그쳤다.
인권위는 "여성 지도자 임용을 늘려 스포츠 조직의 성별 위계관계 및 남성 중심 문화의 변화를 통한 인권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부처와 대한체육회에 인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