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는 독약…구조개혁 촉구" 中 '경제차르' 주룽지 아들 경고

2019-11-1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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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윈라이 전 CICC 회장 "돈을 마구 찍어내 경제 살리는 건 불가능"

"돈을 마구 찍어내는 방식으로 경제를 수렁에서 탈출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경제 차르(황제)' 주룽지(朱鎔基) 전 중국 총리의 아들인 주윈라이(朱雲來) 전 중국국제금융공사(中金, CICC) 전 회장이 과도한 통화 완화정책을 비판하면서 중국의 경제 구조개혁을 촉구했다고 홍콩 봉황망,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윈라이 전 회장은 전날 중국 경제잡지 재경(財經)이 주최한 연례 컨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과도한 통화 완화로는 전 세계 혹은 중국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며 중국 정부에겐 구조개혁을 과감히 추진할 용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 전 회장은 최근 글로벌 경제가 잠재적 경기침체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일부 선진국이 양적완화 재개를 선언하고 있다며 중국 내에서도 경기 하방 압력을 막기 위해 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당시 각국이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대량으로 풀었다며 단기적으론 경제를 살린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마치 '독약'처럼 전체 경제 효율성을 해쳤다고 꼬집었다. 이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면 이를 멈춰야 한다고도 경고했다.

주 전 회장은 그러면서 경기부양의 유혹은 중국이 경제 구조조정 과정에서 맞닥뜨린 최대 도전이라고도 했다. 

공격적 경기부양에 반대하는 주 전 회장의 주장은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많은 학자, 정책결정자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정책 자문역으로 일했던 황이핑은 경제성장 둔화를 방어하기 위한 '역주기 조절' 정책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과도한 통화완화로 '금융 좀비'를 생겨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등 영향으로 중국은 심각한 경기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올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6%로, 분기별 성장률로는 27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6%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앞서 제시한 2020년까지 중국 국내총생산(GDP)를 2010년의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내년 최소 6.1%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하는만큼, 추가 경기부양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초 인민은행도 약 3년 만에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0.05%포인트 인하하면서 미약하게나마 통화 완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시장은 중국 지도부가 내달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어떤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할 지 주목하고 있다. 매년 12월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이듬해 거시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경제회의다.
 

주윈라이 전 CICC 회장. [사진=신화망]

주윈라이는 2004~2014년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 회장을 역임한 중국 경제·금융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은 과거 "주윈라이만큼 글로벌 금융계와 중국의 관치경제에 정통한 인물은 지구상에 없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인 주룽지 역시 1998~2003년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아래서 총리를 맡으며 '경제차르'로 불렸다. 주룽지가 당시 중국 지도부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국유기업의 체질 전환과 구조조정 개혁을 적극 밀어붙임으로써 중국은 2001년 성공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주룽지 전 총리에 대해 "중국을 자전거의 시대에서 자동차의 시대로 이끈 위대한 경제 개혁가인 덩샤오핑의의 지적 계승자"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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