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30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끝에 기준금리를 1.50~1.75%로 0.25%포인트 낮췄다. 올 들어 세 번째 기준금리 인하다. 연준의 뒤를 따라 브라질과 홍콩이 금리인하에 나섰고, 일본은행(BOJ)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앞서 언급대로 긴축도, 완화도 하지 않는 온건한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국내 물가상승, 구조개혁 등 문제에 대응할 것으로 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또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면서 인프라 건설에 재정을 투입하고, 민영 중소기업에 적절한 대출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경기하방 압력에 대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루팅 노무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은 아마도 당분간 경기부양책을 강화하길 꺼릴 것"이라며 4분기 예상했던 은행권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도 내년 상반기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준율 인하 폭은 0.5%포인트로 전망됐다.
그는 또 인민은행이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도 내년 1분기에나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MLF 금리는 중국에서 실질적인 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와 연동된다. MLF 금리를 인하하면 은행권 LPR도 낮아져 시중 대출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인민은행은 올 들어 LPR을 기존의 4.31%에서 8월 4.25%, 9월 4.2%로 점진적으로 낮췄으며, 이번 달에는 시장 예상과 달리 '깜짝' 동결했다.
인민은행이 추가 통화완화에 신중한 건 최근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경제 구조개혁 추진, 부채 압박 등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관영매체 중국증권보는 지난 29일자 1면 헤드라인 기사에 '물가의 구조적 상승세 속에서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이 신중해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9월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정부의 물가 억제선인 3%까지 오른 상태다.
레이먼드 영 ANZ 은행 중화권 수석 경제학자는 "중국이 현재 운용하는 재정·통화·산업정책 포트폴리오를 보면 중국 지도부가 단기 경기하방 압력에 신경쓰기보다 중장기 경제 성장 흐름을 더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이미 돈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단계에 진입한 만큼 구조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은 재정부양책의 보완적 수단으로, 인프라 건설과 핵심 산업 방면에 충분한 대출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지난달 열린 3분기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도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완화와 긴죽을 적절히 조절해 통화공급 벨브를 잘 조이겠다고 했다. 이강(易鋼) 인민은행 총재도 과거 금융위기 발발 당시와 같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부양책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쳐왔다.
일각에선 인민은행이 더 과감한 통화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위안춘 중국 인민대 부총장은 SCMP를 통해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정부의 부채 부담을 줄이고 감세 여력을 더 넓혀줄 것"이라며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 속에서 중국이 과감하게 통화정책 방향을 추가 완화기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중국 3분기 경제성장률이 분기별로는 27년 만에 최저치인 6%까지 떨어지는 등 경기하방 압력이 커진 탓이다.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0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전월 대비 0.5포인트 대폭 떨어진 49.3으로, 6개월 연속 경기위축 국면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