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0월 은행권 위안화 신규대출이 6613억 위안(약 110조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7년 12월 이후 약 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전달의 1조6900억 위안은 물론, 앞서 블룸버그 예상치인 8000억 위안도 밑돌았다.
구체적 항목 별로 살펴보면 가계부분 단기, 중장기대출이 각각 623억, 2587억 위안 늘었다. 비(非) 금융기업 단기대출은 1178억 위안 줄어든 반면, 중장기대출은 2216억 위안 늘었다.
중국 전체 시중 유동성을 반영하는 지표인 사회융자총량도 6189억 위안으로, 2016년 7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시 시장 예상치인 9500억 위안에 훨씬 못 미쳤다. 다만 10월말 광의통화(M2) 증가율은 전달과 동일한 8.4%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10월 들어 신규 대출과 사회융자가 저조해진 데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연말을 앞두고 만연한 은행권 대출 기피 현상, 10월 국경절 황금연휴에 따른 계절적 요인, 9월말 올해 지방채 발행 쿼터 소진 완료, 경기하방 압력 속 기업대출 수요 부진 등이 배경으로 꼽혔다.
지미 주 풀러톤 마켓츠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산업수요 둔화와 생산자물가 하락이 이미 디플레이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향후 수 개월간 신규 대출 저조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둔화되지 않는 한 인민은행이 더 강력한 추가 통화완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대비 3.8% 상승하며 중국 정부 물가억제선인 3%를 훌쩍 뛰어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지수(PPI) 하락폭은 전달(-1.2%)보다 더 확대된 -1.6%으로, 2016년 7월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디플레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인민은행이 점진적으로 추가 통화완화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에도 '요지부동'이었던 인민은행은 이달 초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0.05%포인트 인하한 것은 시장에 미약하게나마 추가 통화완화 신호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MLF 금리는 중국에서 실질적인 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와 연동된다. MLF 금리를 인하하면 은행권 LPR도 낮아져 시중 대출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왕칭 둥팡진청(東方金誠) 수석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는 "이달 초 MLF 금리를 소폭 인하하면서 오는 20일 발표될 1년물 LPR 금리가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인하 폭은 0.05~0.1%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은행권 신규대출 여력을 넓혀주기 위해 인민은행이 올해 말 한 차례 지급준비율 인하를 추가 단행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