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윤정희의 활동 당시를 떠올리며 그녀의 증세를 얘기했다.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고 있는데, (아내가) '왜 가고 있느냐'라고 묻더라. '30분 후에 음악회가 시작한다'고 하면 '알았다'고 답하고, 또 잊어버렸다.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100번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점차 악화되는 아내를 보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마지막 작품에서 알츠하이머를 앓는 역을 맡았다. 긴 대사를 써놓고 읽으면서 연습하곤 했다. 그 뒤로도 영화를 더 하고 싶었지만, 상을 받으러 올라가기도 힘들 정도로 악화됐다"며 "이후 둘이서 연주 여행을 다니면서 지냈다. 지금은 딸이 있는 파리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정희는 지난 1960년대 영화계를 이끌던 톱 여배우다. 출연한 작품만 320편에 달한다.
가장 최근 찍은 작품은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다. 윤정희는 극 중 치매를 앓고 있는 60대 중반의 양미자 역할을 맡았다. 깊이 있는 연기를 펼친 윤정희는 이 영화로 청룡영화상은 물론 대종상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