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간) 세계 경제를 둘러싼 비관론 속에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호주, 뉴질랜드 '트리오'가 장기불황을 막기 위해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어야 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셰인 올리버 AMP캐피털인베스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3국 중 적어도 한 곳 이상에서 양적완화가 실시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며 "중앙은행은 맡은 임무가 있다. 임무를 이행하기 위해선 뭔가를 해야 한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나 민간 채권 등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동시에 시중금리 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부양책을 의미한다.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만으로 경기부양 효과가 없을 때 쓰는 일종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제로(0), 마이너스(-) 수준의 초저금리에도 경기회복이 더디고 물가가 오르지 않자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향후 경제도 낙관하기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3%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충격파에 3분기 성장률(전년 대비 6%)이 27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미국 역시 경제지표가 흔들리고 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성장 엔진인 독일의 침체 위기 속에 일본식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 한국, 호주, 뉴질랜드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SOE)의 경우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한국의 경우 양적완화를 취할 근거가 강력하다. 경제가 원화 강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요 중앙은행들의 추가 부양 행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큰 비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의 장기 금리가 이미 낮은 상황에서 양적완화가 경기 부양과 투자 활성화에 얼마나 효과를 낼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한국의 수익률 곡선(장·단기 금리차)은 만성적으로 평탄하다. 양적완화로 얻을 수 있는 게 있을지 의문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