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어보 메달시리즈 4회차인 이번 실물 공개행사의 주제는 ‘명성황후책봉금보’다. ‘명성황후책봉금보’는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되고 나서 고종 황제 즉위식을 거행하고 고종비를 명성황후로 책봉하면서 올린 금보다. 황제국 의장에 걸맞게 금으로 제작하고, 손잡이는 기존 귀뉴(거북이 모양의 손잡이) 형식에서 벗어나 용 모양으로 제작해 나라와 왕실의 권위와 격을 높였다. 어보 기념메달은 1차부터 지금까지 무형문화재인 김영희 옥장(경기도무형문화재 제18호)이 계속 참여해왔다.
명성황후의 책봉금보 출시 행사가 진행되는 경복궁 건청궁은 을미사변(1895년 8월 20일-양력 10월 8일)이 일어났던 곳이다. 사건을 계기로 전국에서 항일의병이 일어났고, 백범 김구 선생이 독립운동에 투신했고,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로 이어지는 등 새로운 항일역사가 씌여졌다. 명성황후책봉금보 기념메달은 아픈 역사의 기억과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기록이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명성황후책봉금보’ 기념메달은 금(37.5g), 금도금(31.1g), 은(31.1g) 3종으로 제작됐고, 10일부터 25일까지 ‘한국조폐공사 쇼핑몰’ 등에서 예약접수(선착순)를 받을 계획이다. 메달은 12월 9일부터 순차 배송한다.
한국조폐공사는 문화재청과 2012년 문화재지킴이 협약을 맺은 후 ‘한국의 문화유산’(궁궐ㆍ서원 등 30종)문화재 관련 기념메달을 제작했다. 이번 ‘조선의 어보 기념메달 시리즈’는 무형문화재의 전통공예와 현대 첨단기술이 어우러지는 최초의 시도다.
한국조폐공사는 지난해부터 연간 2종씩 지금까지 총 4종을 제작했고, 4월에는 1~2차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을 국외문화재 환수와 보호에 후원했다.
조선의 어보는 왕과 왕비께 존호와 시호(사후에 덕을 기리기 위해 짓는 호칭)를 올리거나 왕비‧왕세자‧왕세자빈을 책봉할 때, 왕을 추존(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죽거나 폐위된 왕을 사후에 왕으로 올리는 것)할 때 올린 지위와 호칭을 새긴 인장이다. 의례를 위해 제작된 어보는 실제 사용되지 않고 상속되지 않으며, 오직 주인공만을 위해 만들어져 종묘에 영구히 보관된다. 어보는 조선 왕실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한다.
‘조선 왕실의 어보 및 어책’은 2017년 10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현재 조선 왕조와 대한제국 시기 모두 375과가 제작됐고, 그중 332과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보관돼 있다. 소재가 미확인된 43과는 국외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돼 환수 노력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