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시장이 열리자마자 우려한 대로 국제유가가 폭등했다. 이날 오전 싱가포르 시장에서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가격이 한때 20% 가까이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제유가의 '리스크(위험) 프리미엄'을 되살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제유가는 2014년 중반 공급과잉 우려로 빚어진 급락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시장에서는 원유 주산지인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잊혀진 게 사실이다. 이번 일로 국제유가에 중동지역의 불안 위험을 반영한 '웃돈'이 다시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과 관련해 드론의 위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곧이 듣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4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 공격이 예멘에서 비롯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며,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 비난했다. 이란은 폼페이오 장관의 주장을 일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당국이 이번 공격에 드론뿐 아니라 순항 미사일이 동원됐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사우디 원유시설을 타격한 드론이 어디서부터 날아 왔고, 후티 반군이 어떻게 예멘에서 500마일(약 800㎞)이나 떨어져 있는 사우디 영토 깊숙한 곳에 있는 원유시설을 타격할 수 있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의문점이라고 지적했다. 후티 반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공격으로 드론의 장거리 비행능력과 파괴력이 생생하게 입증됐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외신들은 유엔이 지난 1월에 낸 보고서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미 100여 차례에 걸쳐 드론으로 사우디를 공격했다. 처음에는 비행거리가 짧은 취미용 드론을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비행거리가 900마일(약 1450㎞)이 넘는 정교한 모델의 드론을 공격에 활용했다고 한다. 후티 반군은 지난달에도 1200㎞가량 떨어진 사우디 샤이바 유전을 드론으로 타격한 바 있다.
NYT는 후티 반군 전투원들이 최근 이란 전문가들을 통해 드론 운용, 수리 방법 등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드론은 미사일에 비해 비용이 훨씬 덜 든다며, 후티 반군이 앞으로도 이를 활용한 공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 전문가는 후티 반군이 활용하고 있는 드론의 가격이 대당 1만5000달러(약 1800만원)를 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이번 공격에 쓴 드론 10대면, 2억원 남짓한 돈이 든 셈이다. 드론 10대에 폭탄을 실어 날려 타격하는 수법으로 하루 약 1억 배럴, 수십 억 달러가 오가는 원유시장을 뒤흔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