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SK브로드밴드 이용자에게 피해를 입힌 것을 확인하고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년에 걸친 심리끝에 22일 1심 선고가 나올 전망이다.
방통위와 페이스북이 대립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동영상 등 대용량 콘텐츠에 원할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자주 이용하는 콘텐츠만 저장해두는 '캐시서버(CDN)'을 KT 데이터센터에 두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러한 페이스북의 조치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이용자는 몇 개월 동안 페이스북에 제대로 접속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방통위는 페이스북의 행위에 대한 위법성 조사에 착수했다.
페이스북은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2018년 1월 페이스북 본사의 케빈 마틴 수석 부사장이 방한해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만나 국내 통신사와 망이용료를 적극 협상하고 규제기관의 방침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조사 결과 이용자의 피해가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에 2018년 3월 방통위는 통신사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외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한국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페이스북에게 과징금 부과했다. 이에 페이스북은 '이용자 이익 침해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같은 해 5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은 이번 소송의 결과를 두고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은 한국 법인이 아닌 아일랜드 법인의 주도로 한국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해 소송을 법리 싸움으로 이끌고 있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자 이익 침해와 직결되는 증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방통위가 소송에서 이기려면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자들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일일이 증명해야만 한다. 입증책임이 넘어온 만큼 소송에서 방통위가 다소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여기에 페이스북은 '여론전'까지 시도하고 있다. 지난주 국내 일부 언론사를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망사용료 협상은 기업과 기업 사이에서 이뤄져야 하는 일인 만큼 정부가 여기에 간섭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1신 선고를 앞에 두고 방통위와 행정법원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페이스북이 상대적으로 적은 과징금을 내지 않고 많은 비용을 내가며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페이스북 규제 움직임이 아시아로 확대되는 것을 진화하기 위함이다. 또한 페이스북이 타 국가에서 유사한 망사용료 분쟁에 휘말렸을 때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미리 유리한 선례를 만들어 두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방통위 역시 총력을 동원해 행정소송에 임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번 행정소송에서 승소한다면 초법적인 행위를 일삼는 글로벌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령 패소하더라도 과징금 부과에 대한 패소일뿐 글로벌 기업에 대한 규제 의지가 꺾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거 이효성 위원장은 "페이스북과의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 해외 사업자 역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설령 패소하더라도 항소를 진행해 방통위의 뜻을 관철 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