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 덴마크 3대 은행인 위스케은행(Jyske Bank)은 이달 초 1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금리를 -0.5%로 제시했다. 노르디아은행(Nordea Bank)의 경우 2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를 0%, 30년 만기는 0.5% 이자에 제공할 계획을 발표했다.
은행이 받는 수수료 비용을 따지지 않은 것이지만, 이론적으로 대출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건 대출자가 웃돈을 받고 돈을 빌린다는 의미다. 대출 원금에 비해 상환 금액이 더 적다. 반대로 은행은 웃돈을 얹어서 돈을 빌려주는 셈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중앙은행들의 통화부양책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시중금리가 따라 내리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하다 하다 은행이 일반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모기지 금리까지 마이너스로 낮추는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이미 국채 시장에선 익숙한 얘기가 됐다. 독일, 스위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으며 지난주에는 스웨덴도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는 10년 만기 국채 37억 크로나(약 4600억원)어치를 -0.295% 금리에 발행했다. 지난 2일엔 독일 30년물 국채 금리가 역대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도이체방크는 전 세계 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가 약 15조 달러를 넘어섰다고 집계한다. 2018년 10월 이후 3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는 건 가뜩이나 금리가 낮은 환경에서 최근 미·중 무역전쟁과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려 속에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완화로 되돌리고 있어서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Fed)이 지난달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도 추가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제로 수준까지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올해 9월과 10월에 이어 내년 4차례 추가 인하를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2.00~2.25%인 미국 기준금리가 0.5~0.75%까지 떨어지게 된다. 사정이 이렇자 일각에선 미국 국채 금리도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번지는 실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지난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6%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이런 시장의 비정상화로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이다. 일본이나 유럽에선 마이너스 금리가 만연하지만 여전히 진정한 경기 회복은 요원하다. 또 초저금리로 인해 은행 수익이 악화돼 금융시스템을 위협하고 저축자의 이자소득을 갉아먹는다는 지적도 있다. 불필요한 자산 거품을 만든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호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설립자는 최근 투자노트에서 "초저금리로 인해 투자가치가 없는 기업이나 불안정한 증권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 경제 전체에 부채가 과도해지고 결국엔 거품과 거품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고자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면 전반적인 금융 안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