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와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한국독립PD협회는 13일 성명서를 내고 "KBS의 비상경영은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을인 외주제작사와 그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파렴치한 행위이자 을의 일자리를 빼앗아 정규직 밥그릇 먼저 챙기 는 이기적인 행태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성명서는 "광고가 안 붙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축소·폐지 결정, 예능 프로그램은 현상 유지하겠다는 KBS의 조치에 외주제작사들은 분노한다"며 "교양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게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존재이유와 가치를 구현하는 길인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또한 "프로그램 폐지, 제작비 삭감, 협찬비율 조정, 계약 내용 을 무시한 고무줄 편성 등 방송사들의 고질적인 불공정 갑질이 비상경영체계 하에서 정 당화되고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작비 삭감과 계약 내용 무시 실제 사례도 제시했다. 5개 외주제작사와 피디, 작가 인력 75명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KBS '아침이 좋다'는 12월까지 계약을 연장하기로 구두 약속했으나 비상경영 선포 후 VCR 분량을 축소하고 방송 시간도 기존 2시간에서 70분으로 단축시켰다. 이 과정에서 일체의 협의도 없이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팀장 개인에게 통보됐다고 주장했다. KBS '황금연못' 또한 외주제작사에게도 편당 제작비를 3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삭감했다.
성명서는 이같은 행태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외주제작거래 가이드라인'을 명백하게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방송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제작비를 일방적 삭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방통위에도 직권조사를 촉구했다. 외주제작 가이드라인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협의를 통해 마련한 것이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깨뜨렸다는 주장이다.
또한 KBS 위기의 해법을 뉴미디어와의 경쟁, 제작비 축소에서 찾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해외 사례인 HBO와 BBC의 선택도 언급했다. HBO는 제작비를 6배, R&B 비용은 2배 이상 올렸으며 작가와 PD에게 '무한의 자유'를 줘 전혀 다른 문법의 콘텐츠들을 생산했다. BBC는 다큐멘터리와 시사교양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대신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성명서는 끝으로 "KBS의 적자 수렁 위기는 제작비 절감이나 구조조정이 아닌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크리에이티브 전략에서 찾아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방송의 공적기능 유지의 마지막 파트너가 외주제작사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