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올해 10기 작가가 입주하여, 10년간 운영되고 있으며, 그간 300여명이 넘는 작가들이 참여해왔다. 이번 전시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前) 입주작가를 대상으로 한 후속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신재은은 지난해 개최된 9기 입주 작가의 결과보고 전시 ‘2018 플랫폼 아티스트’에서 그리스와 바셀린으로 연약하게 다져진 대지 위에 폐아스팔트가 위태롭게 얹혀있는 구조의 작품 <8m²>로 도시의 질서와 현대사회의 시스템에 관한 관조적인 시선을 드러내며, 초청된 전문가와 전시를 방문한 관람객의 큰 호응을 얻어 최종 선정됐다. 선정에는 19명의 장르 전문가와 전2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참여했다.
이번 선정된 신재은 작가는 인간 개인의 욕망과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논리에 관심을 두고,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여 재구성하는 영상, 설치 등의 작업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가이아(GAIA)' 시리즈는 인간이 스스로를 존엄한 존재로 격상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일련의 작업들로 구성되어있다. GAIA 연작의 시작점은 지난 작가의 개인전 «GAIA-Prologue(가이아-프롤로그)»(인천아트플랫폼 윈도우 갤러리, 2018)에서 선보인 <침묵의 탑 PINK>이다. 이 작업은 흙과 시멘트, 아스콘 등의 재료로 단단하게 쌓아 올린 지층과 그 아래 매립된 돼지의 무른 살덩어리를 대조한 작업으로, 전시장 로비에 미니어처로 축소하여 제작한 탑의 형태를 설치하여 다시 전시된다.
탑 아래 매립된 돼지는 그 아래 피와도 같은 붉은 카펫으로 이어지며 관람객을 석유 분출구로 안내한다. 인공 분수의 장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진액이 되어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른 후, 투명한 기름으로 정제된다. 땅을 비집고 나온 염증이 또 다시 인간에 의해 정제되어 시각화하는 과정을 전시가 열리는 B동 전시장의 구조와 동선을 활용하여 시각화한다. 전시장을 관통하는 크고 작은 구조물과, 벽면을 채우는 설치작업 그리고 돼지가 무감각하게 떨어지는 영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작업처럼 선보인다.
전시의 부제이자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하는 신작의 제목은 'inflammation(염증)' 이다. 작가는 빈곤 혹은 질병으로 곤경에 처한 이들의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빈곤 포르노'와 같이 타자의 감정이나 아픔을 사회적 재화로 여기고 구경거리로 만드는 사회의 병폐 현상에서 영감을 얻어 이번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는 이 염증과도 같은 세태를 비판하며, 현대사회에 만연한 이기성과 위선을 포착하고, 이를 땅 아래 퇴적물로부터 얻어지는 석유의 생산과정에 비유한 작업을 선보인다.
2018년 인천아트플랫폼 9기 입주작가로 활동한 신재은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안젤라 연구소’(SeMA창고, 2017)와 ‘GAIA-Prologue’(인천아트플랫폼 윈도우갤러리, 2018)를 비롯하여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부천 아트벙커(2018), 사비나 미술관(2019)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 오프닝은 8월 2일 5시에 진행하며, 전시 관람시간은 화-일,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이다. 자세한 내용 및 일정은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