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선 한국 여성의 전화를 비롯한 1042개의 여성 단체 대표 70여명이 모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 ‘버닝썬 사건’ 등 잇따른 권력형 범죄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결과를 강력히 성토했다.
기자회견을 공동주최한 1042개 여성·인권단체는 이번 사건들에 대해 “권력층에 의해 여성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반인륜적 범죄”라며 “의혹투성이인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해 끝까지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촉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전 차관에게 지난 16일 발부된 구속영장에는 성범죄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다”며 검찰의 수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성매매, 성접대 등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 등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위 사건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성토한 건 비단 여성들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1일 정부 대변인인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국무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이 총리가 "버닝썬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마무리돼 가고 배우 장자연씨 자살에 대한 검찰 과거사위 조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두 사건의 조사에서 검찰과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데 성공하지 못했거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몹시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여성단체가 연대해 이번 성토대회를 연 것은 관계된 사건들의 피해자가 모두 여성이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동시에 권력관계에서 약자인 여성을 상대로 한 반인륜적 범죄를 역시 남성 중심의 조직인 검찰과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 주장의 초점이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활동가 혜진씨는 “정치·경제·언론계 등 남성 권력층이 여성의 몸을 자원으로 활용해 남성 간 연대를 다지고 권력을 공고히 했다”며 “결국 한국사회에 여성 혐오와 여성 폭력, 성차별, 여성 빈곤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최근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성차별이 우리 사회에서 지속되는 한 이 같은 반인륜적 범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한솔씨는 “남성권력의 연대를 지지하는 자가 권력을 쥐는 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든 국가수사본부가 만들어지든 부패한 공권력이 늘어날 뿐”이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