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방문한 검단신도시 일대는 미분양 공포에 빠져 있었다. 작년 말 인천계양 신도시가 발표된 후 분양한 아파트는 우미린 더퍼스트(2.37대1)를 제외하고 모두 1순위에서 미달되는 등 미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분양한 '불로 대광로제비앙'은 555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35명에 불과하고, 그 다음 달 분양한 '검단 대방노블랜드' 역시 1274가구 모집에 87명만 청약을 신청했다.
앞으로가 더 첩첩산중이다. 검단신도시는 1단계 구역에서만 3만2885가구가 분양된다. 올해에만 검단 파라곤(887가구)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8개 단지 총 7000여 가구가 쏟아지는데, 벌써부터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인접한 부천대장지구까지 3기 신도시로 선정하며 또 다시 찬물을 부었다.
◆“분위기 살 기미? 없어요”
검단신도시는 판교·위례·광교신도시와 함께 2006년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2기 신도시 가운데 한 곳으로, 1118만㎡(인천 서구 당하동·마전동·불로동·원당동 일대) 규모로 조성된다. 1·2단계 구역에 7만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분양 스타트를 끊은 검단신도시 호반 베르디움은 평균 6.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해 11월 검단 금호어울림 센트럴도 1순위에서 평균 5.14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매제한과 대출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전매제한이 올해 3년으로 강화되고 계양신도시가 발표되면서 분위기는 확 사그라들었다.
현지 중개업소 대표는 “검단신도시에서 가장 브랜드가 좋은 대우건설마저도 미분양이 발생했다”며 “전매제한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가까운 곳에 자족도시를 표방하는 3기 신도시들이 들어서, 시장에서 완전히 외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천대장지구 소식에 얼마 없던 수요마저 싹 사라졌다”며 “건설사들도 분양을 차일피일 미루는 분위기다”고 덧붙였다.
동양건설산업은 17일 ‘검단 파라곤 1차’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돌입했다. 검단파라곤은 검단신도시 분양 시장의 바로미터로, 건설사들은 이번 청약 경쟁률을 본 뒤 공급일정을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다.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에 성패 갈린다.
현장에서는 검단신도시의 교통대책이 "미흡해도 너무 미흡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인천 1호선 연장만으로는 서울과의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검단신도시는 2024년 개통 예정인 인천지하철 1호선 검단 연장선 공사가 예정돼 있다. 문제는 서울로 나가려면 환승이 필수다.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만으로는 서울로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없다.
앞서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을 두고 서울시, 김포시, 인천시 등 관련 지자체들이 협의에 나섰으나 건설폐기물처리장 이전 문제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광역교통개선방안’에 5호선 연장안과 노선위치, 규모가 유사한 ‘한강선’을 담으며 기대감이 잠시 살아났으나 이후 별다른 언급이 없다.
인천시 관계자는 “한강선은 법정 노선이 아닌 구상일 뿐”이라며 “국토부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국토철도망계획을 수립할 때를 대비해서 시 자체적으로 노선 발굴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