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예산이 2017년 처음으로 400조원 시대로 올라선 지 3년 만에 5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경제기구의 확장적 재정정책 권고에 힘입어 슈퍼예산안은 갈수록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경제둔화 속 국가 부채도 늘어났다. 경제학자들은 초슈퍼예산안을 꺼내들 문재인 정부가 과연 적자재정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 물음표를 던진다.
더구나 슈퍼예산에 이어 3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안까지 국회에 제출되면서 국가 재정관리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나라곳간 관리에 대한 '적색등'이 예상보다 빨리 켜질 수 있다는 충고를 흘려 들을 수 없는 대목이다.
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1%로 올라섰지만, 지난해 2.7%에서 올해엔 2% 중반대 확신도 어려워졌다.
이 같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재정확대 목소리는 더 커졌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바통을 넘겨받은 홍남기 부총리도 재정 투입에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IMF 미션단은 지난 2월 연례협의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 추경 등 확장적 재정 운용을 통해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늘어난 총지출에 비해 나라 살림은 예상보다 빨리 곳곳에서 적색등이 켜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한 '2018년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부채는 1682조7000억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 가운데 중앙·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 채무액은 680조7000억원이다. 국민 1인당 1319만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적자재정 속에서 그동안 유지됐던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지난 20년 동안 2% 내외를 보여왔다. 최근 흐름이라면 세수 부족현상 속에서 이마저도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까지 가능했던 세수호황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은 78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000억원이 줄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세금 비율인 세수진도율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2.9%포인트나 떨어졌다. 4년 연속 이어온 세수호황이 끝났다는 신호로 평가된다.
추가 세수확보 역시 어려운 모습이다. 주류세 인상안은 심상찮은 여론에 밀려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금 인상 역시 부담감으로 작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정부는 오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연다. 여전히 추경 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나라 살림살이를 재점검한다는 취지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1992년께 생산가능인구 정점을 찍은 일본과 우리의 현 상황이 비슷한 만큼 당시 재정지출 확대로 실패를 본 일본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