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나자르바예프 센터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을 면담하고 한반도 비핵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비핵화를 이끌고 계신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께 경의를 표한다. 전 세계가 초대 대통령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핵을 내려놓고 경제를 선택하는 게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통찰력 있는 결단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추구하는 한국에 영감을 줬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속해서 지지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평화프로세스가) 성공할 때까지 관심·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에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비핵화는) 단순하지만 고귀하고 좋은 것"이라며 "우리는 핵을 포기하면서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비핵화를) 지연하면 힘들어진다"며 "오늘 인류가 결정해야 할 것은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며,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같이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께서 남북관계에서 어려운 과제를 용감하게 시작했다. 저는 모든 면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이날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이 한반도 비핵화에 유익한 참고가 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구소련으로부터 승계받은 전략핵탄두 1410기와 ICBM 등 당시 세계 4위 규모의 핵무기를 포기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참모들로부터 이런 내용의 이른바 '카자흐스탄 비핵화 모델'을 보고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향후 이같은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을 깊이 있게 검토하기 위해 양국 전문가 간 협의를 장려할 계획이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또한 "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했는데 환경적 관점이 달라져 그 자리에 원전을 건설할 생각"이라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이 원전을 짓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은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높은 실력과 안정성을 보여줬다"며 "카자흐스탄이 추진하면 한국 참여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또 "지금 (우리가 한국으로부터) 40억 달러 투자까지 유치한 것도 좋지만 더 큰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면 한다"고 거듭 밝히며 "우리는 중국으로도, 카스피해 쪽으로도 철도가 개설됐는데 우리를 통하면 유럽으로 갈 수 있다. 이 분야에서도 큰 협정을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평화가 구축돼 남북철도가 해결되면 중앙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면서 남북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면담 후 문 대통령을 나자르바예프 센터 내 비핵화 이니셔티브 전시실로 안내하고 전시된 사진과 자료를 직접 소개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등과 함께 대통령궁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