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강원도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이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불행 중 다행히 국가 소방체계가 잘 작동하여 재난 규모에 비해 인명피해 규모가 작게 나타났다. 또한, 여러 곳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재난 후 처리가 잘 진행되어 지역주민들이 받은 상처가 잘 치유되길 기원한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국가 재난에 대한 지상파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 많은 실망을 하고 있다. 처음 산불이 시작된 것은 4일 오후 5시경이다. 7시가 조금 넘어 큰불로 번져 범국가적 재난으로 확대되었다. 이번 산불은 도심으로 번지면서 주민 대피령까지 발령된 심각한 재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난관련 속보가 지상파에 의해서는 신속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지상파의 가장 빠른 뉴스특보 시간이 KBS1의 밤 10시53분이었다. 약 10분간 방송을 진행하다 정규 편성된 ‘오늘밤 김제동’을 정상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뉴스특보를 시작했다. MBC와 SBS도 밤 11시가 넘어서 뉴스특보를 진행했으며,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역시 5일 자정이 지나서 뉴스특보를 실시했다. 이에 대해서 소셜미디어와 먼저 보도하고 있던 지역채널의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에는 지상파가 재난방송이 아닌 정규 편성된 방송을 정상적으로 방송 하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강하게 나타내었다.
그렇다면 왜 지상파 특히 KBS는 재난방송을 소홀히 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재난이 국지적으로 발생하는데, 커버리지가 넓은 지상파는 구조적으로 지역단위의 재난방송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예능이나 드라마 등의 정규편성물을 방영하지 못하였을 때의 광고주들의 반발 등 현실적인 제약이 작용한다. 반면, 케이블은 국지적 재난 발생 시, 지역별 방송에 특화되어 있는 케이블의 지역채널은 재난방송의 의무를 자막송출로 대체 가능하나, 법적 의무와 무관하게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재난에 대한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단위의 현장 구호 활동에 적극적이다. 이는 마케팅(CSR, CSV)활동의 일환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지역 밀착형 매체로 거듭나기 위한 케이블의 노력이라 평가할 수 있다.
지역채널의 재난과 재해를 보다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케이블 사업자들을 지역재난방송의 주관방송사 지정이 필요하며, 이를 통한 책무 부여 및 예산 지원의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 40조의 2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역채널이 국지적 재난방송에 소요되는 예산을 지방자치단체 장에게 지원요청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현행 제도는 재난 주관방송사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지원을 요청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재난지역의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도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 지역채널과 지역의 재난상황실 시스템을 연동하는 작업과 재난상황 발생 시 즉각 보도 가능한 프로세스의 확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이동통신사업자와 해당지역의 공공기관이 지역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에 케이블 사업자와의 협력 모델을 함께 고민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