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행사도 못하는데 인터넷은행 재도전하는 SKT

2019-02-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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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2년 전 인터넷전문은행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던 SK텔레콤과 키움증권이 나란히 재도전에 나섰다. 키움증권은 인터넷은행 진출 의사를 꾸준히 밝혀온 데 반해 SK텔레콤과 하나금융은 의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나금융은 이미 KEB하나은행을 중심으로 디지털뱅킹을 구축·운영 중이다. SK텔레콤은 인터넷은행 심사 탈락 후 하나금융과의 합작을 통해 핀테크 기업 '핀크'를 설립했다. 양사는 이미 인터넷은행과 비슷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SK텔레콤의 제3인터넷은행 도전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금융 대기업인 SK텔레콤은 인터넷은행에 의결권이 있는 주요 주주로 참여할 수 없다.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비금융 대기업의 은행 보유 지분은 4%로 제한된다. 4% 초과 지분에 대해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이 같은 규제로 인해 인터넷은행의 혁신성이 제약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해 예외 조항을 만들었다. 그룹 전체의 자산에서 정보통신 비중이 50% 이상일 경우에는 최대 34%까지 지분 보유를 허용했다. ICT부문 주력 기업이라면 대기업집단도 최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의 경우 예외조항의 혜택을 볼 수 없다. SK그룹에서 정보통신 비중이 50% 미만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키움증권은 정보통신 전문기업인 다우기술이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예외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ICT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인터넷은행에 의결권이 없는 상태로 들어가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의아해하고 있다"며 "참여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이미 핀크에 자본을 투입해 하나금융과 이종산업 간의 시너지를 내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은행보다 핀크를 통한 신산업 확장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 인터넷은행은 사업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인가를 받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출범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기업대출에서 중소기업만 취급할 수 있다. 100% 비대면 기반임에도 시중은행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 받고 있어 주택담보대출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인터넷은행의 주력 사업으로 여겨졌던 중금리대출의 경우 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저축은행·캐피털 등에서도 취급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인터넷은행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졌던 편리성·간편성마저 시중은행과 격차가 좁혀지면서 차별성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있다.

이로 인해 인터넷은행에 혁신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과 다르게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했다기보다 복잡한 과정을 단순화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한편, 당국의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인터넷은행 진출을 고려하던 금융사들은 케이뱅크·카카오뱅크 인가 후 자체 디지털뱅크에 투자와 역량을 집중해왔다. 대형사를 제외하고 중소형사들은 더 이상 투자 여력이 없어 '인터넷은행에 진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인터넷은행에 뛰어들 것으로 기대됐던 네이버와 인터파크 등 대형 ICT기업들이 불참을 결정한 것도 이 같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신주의적인 문화가 만연한 금융권에 ICT기업의 혁신기술을 결합해 금융혁신을 유도하려는 게 금융위의 생각"이라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기존 금융권이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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