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7주년을 맞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점포 기반으로 공급자 중심의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던 은행업계가 인터넷은행 출범 후 수요자 중심의 혁신을 이루게 됐다는 평가가 금융권에서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 3사의 서비스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뱅 3사의 약진에 전통 은행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 시작점은 케이뱅크의 수수료 무료 정책이다. 케이뱅크는 출범과 동시에 이체수수료와 ATM 출금수수료를 무료로 전환했다. 이후 시중은행 사이에서도 '이체 수수료'를 무료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난해 초 모바일 앱과 인터넷뱅킹에서 타행 이체수수료를 전액 면제한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우리·하나은행도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수수료를 전액 면제했다. 수수료 면제가 은행권 뉴노멀이 된 셈이다.
금융 패러다임이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며 금융 소비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도 대거 출시됐다. 5대 금융지주는 인터넷은행의 앱 경쟁력을 좇아가기 위해 금융 서비스를 종합한 슈퍼앱을 출시했다. 하지만 시장을 이미 선점한 인터넷은행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3개 시중은행 모바일앱(KB스타뱅킹·신한 SOL뱅크·하나원큐) 월간 앱 이용자수(MAU) 수는 총 2810만4690명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 3사(토스·카카오뱅크·케이뱅크) 3667만8987명보다 800만명가량 적다.
도입 후 300일간 금융 소비자 총 16만여 명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대환대출 '붐'도 인터넷은행이 이끌었다. 케이뱅크는 2020년 금융권 최초로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했다.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 인프라를 갖추고, 금리 경쟁력까지 갖춘 결과 아파트담보대출 서비스는 출시 이후 약 1만2000명이나 몰렸다. 인터넷은행 3사 중 대환대출 유입 고객이 가장 많은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액수는 1월 기준 9151억원으로 5대 시중은행을 합한 것(3212억원)보다 세 배가량 많았다.
인터넷은행이 점포가 없는 상황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었던 이유는 오프라인 영업 비용을 줄여 수수료를 절감해 왔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이미 우리나라는 은행 점포가 수만 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출범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을까 고민해 왔다"며 "사용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고민하고 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은행 출범 후 7년밖에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이 비대면 영업을 위주로 시장 파이를 늘려가며 은행업계에서 메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일반 시중은행과 유사하게 고신용자 상대로 고객층을 확보해 왔기에 부수적인 목적인 중저신용자 대출과 관리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됐는지 따져보기에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