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나 김씨가 다니는 직장은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으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명절 떡값이 지급되지 않았다. 김씨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적자 명절'을 하염없이 외치던 김씨는 "차라리 이번 설은 일을 하는 게 훨씬 낫다"고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최씨는 "지갑에서 만원짜리를 꺼내기라도 하면 이미 아이들 얼굴에서 시큰둥한 표정이 드러난다"며 "요즘은 초등학생들에게도 5만원은 건네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랑스러운 조카들에게 주는 세뱃돈이 아까운 건 아니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오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설 연휴 직장인 평균 경비 41만원 지출··· 세뱃돈 18만원 사용
일반 직장인들은 이번 설 연휴 평균 경비로 얼마를 지출할까. 대체로 41만 원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세뱃돈으로 18만 원을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J사가 최근 성인남녀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날 경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결과를 보면, 직장인들의 설 예상경비는 41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가 36만1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이상 35만9000원 △30대 32만7000원 △20대 17만3000원 순으로 집계됐다.
결혼 여부에 따라 예상경비 차이가 컸다. 미혼 남성의 예상경비는 23만2000원이었으나 기혼 남성은 약 2배에 달하는 45만9000원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미혼 여성의 예상경비(18만8000원)보다 기혼 여성의 예상경비(35만8000원)가 2배 가까이 높았다.
직장인들의 설 비용 중 상당액은 세뱃돈으로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직장인들이 세뱃돈으로 총 예상경비의 18만1000원을 사용한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전체 금액의 44%에 달하는 수준이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 직장인의 세뱃돈 예산이 33만8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아무래도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녀, 조카 등 세뱃돈을 줘야 할 대상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세뱃돈을 꼭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취학 아동 및 초등학생에게는 1만 원,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는 5만 원이 가장 적당한 세뱃돈 금액이라고 인식했다.
김명진 한양대 교수는 "요즘의 세뱃돈은 본래의 의미는 간데없고 아이들에게는 돈을 버는 기회로, 어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형편이 어려운 친지를 고려해 세뱃돈을 체면치레로 생각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집안 어른들이 논의해 과하지 않은 선에서 아이들 연령대에 맞는 적당한 세뱃돈을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