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일본 의회 새해 시정연설에서 의도적으로 한국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레이더 갈등,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양국 갈등이 심화하자 ‘한국 패싱(외면)’ 전략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에서 52분간 A4용자 12장에 달하는 분량의 연설을 하면서 한·일 관계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재집권 후 시정연설 외교분야에서 한국 관련 내용을 매년 언급해왔다. 한국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위안부 합의 파기 문제로 양국 긴장이 고조되고 나서는 “지금까지 양국 간의 국제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 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하겠다” 정도로 한·일 관계를 정리했다.
그러나 올해는 한일관계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위축된 한일관계를 의식한 의도적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고조된 양국 갈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산케이 신문도"강제징용배상 판결과 초계기 갈등으로 위축된 한일관계의 현상을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여론이 한국에 대해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점도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지난 25~27일 실시된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레이더 조사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이 62%에 달했다. 반면 ‘한국 측 주장을 들어야 한다’는 답변은 7%에 불과했다.
반면 이날 아베 총리의 북한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아베 총리는 “핵·미사일 문제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벗길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나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단성 있게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 이는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일본이 지속적으로 소외된 것을 의식했다는 지적이다.
아베 총리는 한·일관계 언급을 의도적으로 피했지만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이어진 외교 부문 연설에서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고노 “일본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에 대한 일본의 주장을 확실히 전달해 끈기 있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표현하는 망언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재집권 후인 2014년 외교연설부터 매년 반복하고 있다.
이어 고노 외무상은 “한일 청구권 협정, 위안부 합의 등 국제적 약속을 제대로 지킬 것을 강력히 요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