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간의 조기 회담이 불발된 가운데 일본 정부가 트럼프 측과 인맥 만들기에 서두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교도통신 등 일본언론은 20일, 양측 간 조기 회담이 성사되지 않아 신뢰 구축에 불안감을 남겼다며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이른 시일 내 회담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2016년 미국 대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이후 밀월 관계의 발판으로 삼았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례를 답습하려는 생각이지만 국제 환경은 당시와 많이 달라졌다.
닛케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직을 역임하며 정치 경험을 쌓았다면서 “8년 전 ‘트럼프 타워’에 홀로 있던 트럼프와 지금은 다르다. 측근들을 중심으로 한 팀으로 움직이고 있어 본인을 직접 설득하는 데 있어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했다.
닛케이는 카운터파트인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과는 지금까지 접촉은 없었지만 이와야 외무상이 “(루비오와) 조기에 만나서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차기 국가안보보좌관인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미일재단의 ‘미일 리더십 프로그램’ 펠로우다. 미일재단은 미일 양국의 각 분야에서 차세대 인재들이 교류하는 단체로, 일본 정계에서는 고노 다로 전 외무상, 에리 알피야 외무성 정무관 등이 관여하고 있다.
이시바 정권은 총리 보좌관을 미국에 보내 트럼프 측과 접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닛케이는 “이시바 총리가 나가시마 아키히사 안보 담당 총리 보좌관을 20일부터 24일까지 일정으로 워싱턴 DC에 파견했다”면서 “트럼프 캠프의 안보팀과 면담할 예정이며, 왈츠 의원의 관계자와도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교도통신도 해당 사실을 보도하면서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인물을 만나 미일 관계를 구축하고,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이른 시일 내에 미일 정상회담을 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남미를 순방 중인 이시바 총리는 당초 귀국길에 미국에 들러 트럼프 당선인과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닛케이는 “수지 와일즈 차기 대통령 수석보좌관으로부터 ‘취임 전 외국 정부와의 협상을 금지하는 법이 있어 어느 나라 정상과도 만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총선에서 여당의 과반 의석 달성 실패로 기반이 불안정해진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과 조기 회담도 성사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