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 취임 전 만남을 가지려던 계획은 실행이 어렵게 됐다. 일본 언론들은 남미를 순방 중인 이시바 총리가 귀국길에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하려던 방안을 보류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일본 공영 NHK와 교도통신 등은 트럼프 당선인 측이 내년 1월 대통령 취임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각국 정상을 만나지 않기로 알려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새로 출범하는 행정부 조각 등 현안 산적을 이유로 대외 일정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시바 총리가 15∼16일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8∼19일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미국에 들러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회동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미국 대선 이틀 뒤인 7일에 트럼프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가능한 한 이른 시간 안에 대면 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트럼프 당선인에게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 측으로부터 “각국으로부터 회담의 요청이 있어 지금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미국에는 민간인이 미국 정부의 외교 문제로 외국 정부와 협상하는 것을 금지한 법률이 있다고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주경제에 “트럼프 당선인도 지금은 각료 인사 등 국내 기반을 다지느라 정신 없는 시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을 때에는 취임 전에 아베 신조 당시 총리와 뉴욕에서 면담을 가진 바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대선 직후 미국을 찾아가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트럼프 당시 당선인과 회담했고, 이후 함께 골프를 치며 정상 간 돈독한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따라서 연내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만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현지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후 최대한 조기에 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한국 정부도 트럼프 당선인과 윤석열 대통령의 회동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 측이 ‘해외 정상과의 회동이나 만남은 내년 1월 20일 취임식까지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공식적으로 모든 나라의 대사관에 설명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