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처루밍 회장과 교류가 있던 한국 기업 역시 중국 정부로부터 돌연 감시 대상이 됐다. 더구나 정보력이 약한 한국기업은 자신이 '블랙 리스트'인지도 모른 채 중국 정부나 기업과의 관계를 이어가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을 안게 됐다.
최근 카카오톡과 위챗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중국 현지와의 음성이나 데이터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한국 기업이라면 한번 쯤 중국 사정(司正)의 레이더에 포착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웃픈(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8일 중국 공산당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한국 기업들이 잘못 이해하는 '꽌시'가 양국 간 정치적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무원·기업인과 식사 및 술자리를 함께 하고, 선물과 홍바오(红包, 돈봉투)를 건네 주면 꽌시가 형성된다는 '한국식 꽌시'에 대한 환상이 오히려 화를 불러 일으킨 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식 꽌시는 합법적인 법망 테두리안에서 이뤄져야 하고 이를 벗어나면 더이상 중국 과의 관계 지속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중앙기율위원회는 올해도 관료주의 타파와 반부패 사정 강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국가감찰위원회의 설립과 국가감찰법 제정도 눈앞에 두고 있다. 정적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 시 주석의 지위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여전히 한국식 꽌시를 앞세워 중국 공무원과 협력 파트너사를 살얼음판 위로 내몰고 있다.
중국식 꽌시는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인 오랜친구(老朋友·라오펑요)를 지향한다. 혹자는 라오펑요 관계가 결실을 맺기까지 100년이 걸릴 정도로 어렵다고 한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원하는 꽌시가 라오펑요 관계다. 그러나 한·중 수교를 맺은 지 겨우 27년이 지났다. 중국인은 30년 정도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좋은 친구(好朋友·하오펑요)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모든 것을 다 내놓을 수 있는 라오펑요 관계까지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이방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원활한 중국 진출을 위해 하오펑요 관계를 끌어내고, 이를 끈끈하게 유지하는 전략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한국 기업들이 더는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