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5년래 첫 실적부진 경고.."트럼프발 무역전쟁이 美 기업 위협"

2019-01-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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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작년 10~12월 매출 전망 5~9% 하향 조정

2일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서 애플·관련주 추락..亞 증시·환시에도 파장

美 재계 "미중 무역전쟁이 中 경기둔화 앞당겨"

[사진=AP/연합]


15년여 만에 처음으로 나온 실적 부진 경고였다. 2일(현지시간) 미국 스마트폰 공룡 애플은 2019회계연도 1분기(2018년 10~12월) 매출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의 수요 둔화가 이유였다. 

이 소식에 2일 시간외 거래에서 애플 주가가 급락하고 3일 아시아 주식 및 외환 시장이 요동쳤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제둔화 우려로 먹구름이 짙게 낀 세계 금융시장은 또 다른 악재를 떠안았다. 
당장 미국 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이 외려 자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 애플 실적 악화 전망에 월가 악재 추가

CN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2019회계연도 1분기 매출 전망치를 840억 달러(약 94조원)로 제시했다. 당초 전망치인 890억~930억 달러에서 5~9% 가량 줄어든 것이다. 전년 같은 기간에 기록한 매출 883억 달러에도 못 미친다. 애플은 매출총이익률도 종전의 38.5%에서 38%로 낮춰 잡았다. 

쿡 CEO는 “주요 신흥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예상하긴 했지만 중국의 경제 둔화 정도가 예상을 넘어섰다”면서 “매출 감소분 대부분은 중화권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애플 매출의 약 20%를 기여하고 있다. 쿡 CEO는 일부 선진국에서도 신형 아이폰 수요가 기대만큼 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일 뉴욕증시 마감 후 나온 실적 경고에 애플은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8%나 곤두박질쳤다. 2일 마감가 기준으로 애플 주가는 작년 10월 고점 대비 32% 추락한 상태다. 그동안 증발된 시총은 약 3000억 달러로, 삼성전자 시총의 1.5배에 이른다. 미국 IT주 대장 격인 애플의 동요로 작년 연말부터 가뜩이나 변동성이 높아진 뉴욕증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시간외 거래에서 애플 관련주 역시 일제히 추락했다.

아시아 금융시장도 3일 애플 쇼크로 요동쳤다. 외환시장에서는 세계 2대 경제국인 중국의 경제 둔화 우려가 증폭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일본 금융시장이 3일 휴장한 가운데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장중 3% 이상 급등하며 달러/엔 환율이 104엔 후반대를 가리키기도 했다.

아시아 증시에서 애플 납품업체 주가도 줄줄이 추락했다. 대만 폭스콘과 페가트론, TSMC는 일제히 약세로 마감했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급락세를 보였다.

◆ “애플 쇼크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경고"

CNBC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애플의 비관적 전망이 미·중 무역전쟁에 보내는 경고장이라고 풀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했으나 중국의 실물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애플과 같이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들이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 외에도 제너럴모터스(GM), 페덱스, 스타벅스, 티파니 등 굴지의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최근 중국의 경기 부진을 이유로 실적 둔화를 보고하거나 예상했다. 

재계는 미·중 통상갈등이 계속되면서 미국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쿡 CEO는 2일 미·중 갈등이 중국의 경제 둔화를 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는 작년 하반기 들어 지체되기 시작했고 미·중 통상갈등이 중국 경제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페덱스의 프레데릭 스미스 CEO 역시 “우리가 직면한 문제 중 대부분은 잘못된 정치적 판단에 의해 야기된 것”이라면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로 중국 시장을 꼽았다. 

상하이 소재 차이나마켓리서치그룹의 벤자민 카벤더 애널리스트는 “2019년은 서방 기업에게 고단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경기 둔화로 인해 중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는데다 토종 기업들의 경쟁력도 높아지면서 서방 기업들은 중국 소비자들을 설득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 폭탄을 앞세워 무역전쟁을 전개하던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1일 90일 간 휴전을 선언하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제프리 게리시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다음주 데이비드 멀패스 재무부 차관 등이 포함된 협상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실무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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