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금융·대외무역·외자·투자·시장전망. 중국이 내년 경기 하방 압력과 리스크에 대응해 '안정(穩)'을 강조한 여섯 가지 분야다. 특히 취업을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은 그만큼 무역전쟁 등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 속에 중국 실업난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각 지방정부도 잇달아 일자리 창출 대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장쑤(江蘇)성 정부가 가장 먼저 10만명 청년 취업 견습 계획 등 대규모 고용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기업 발전을 통한 일자리 안정,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직업 훈련을 통한 고용 촉진 등 세 가지 분야에 초점을 맞춘 의견엔 20여개 조치가 포함됐다. 의견은 이로써 현지 기업과 노동자에 가져올 경제적 효과가 300억 위안(약 4조9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기업 인건비 절감 조치가 대거 포함됐다. 인력을 거의 줄이지 않은 기업은 전년도 납부한 실업보험료 액수의 절반을 환급받을 수 있다. 실업보험 요율을 월 급여의 3%에서 단계적으로 1%까지 낮추는 한편, 경영난을 겪는 기업은 당국 심사 승인을 거쳐 기본 의료보험 이외 나머지 사회보험료 납부 기한을 최장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또 영세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서비스도 강화된다. 의견에 따르면 창업을 통해 고용 창출에 기여한 기업에 대해 신규대출 서비스를 확대 지원하고, 대출절차도 간소화해주기로 했다. 예를 들면, 3명 이하 사업장을 창업한 개인에 대해 15만 위안으로 대출한도를 인상하고, 3~5인 사업장은 30만 위안, 6인 이상은 50만 위안까지 올려준다. 중소기업의 대출한도는 기존의 200만 위안에서 300만 위안으로 대폭 인상된다.
이밖에 내년부터 3년간 10만명 청년 취업 실습계획을 실시해 대졸자, 고용취약인구, 저소득 농촌인구(농민공 등) 등 계층을 대상으로 고용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의 고용실습 보조금 대상을 기존의 미취업 대졸자에서 16~24세 실업청년으로 확대한 게 대표적이다.
장쑤성을 시작으로 다른 지방정부에서 잇달아 고용 안정 대책을 줄줄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속에 중국 고용시장엔 '한파'가 불어닥친 모습이다. 내년 무역전쟁 리스크 속에서 중국 실업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회 안정'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실업난 가중으로 민심이 불안해질 것을 염려할 수 밖에 없다.
시티그룹은 지난 13일 미·중 무역전쟁으로 내년 중국 수출 증가율이 반토막 나면서 중국내 44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24일 대만 자유시보 인터넷판은 일본의 뉴스사이트인 포스트 세븐과 중국의 경제전문지 재신망(財新網) 등의 보도를 인용, 미·중 무역전쟁으로 이미 중국 기업 500만개가 도산해 실업자가 약 1000만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올해 신규 실업자 수 200만명과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이는 앞서 중국 농업농촌부가 올해 창업을 위해 도시에서 '귀향'한 농민공(農民工·이주노동자) 수가 740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는데, 사실 이들 역시 기업 경영난으로 실업한 농민공이라는 분석이다.
무역전쟁에 따른 투자 감소와 생산활동 위축으로 기업들이 인력을 대대적으로 해고하면서 고용시장이 악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앞서 중국 재신망에 따르면 올해 4~9월 사이에 중국내 직원 채용공고가 285만개에서 83만개로 감소했다. 인터넷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취업포털 즈롄자오핀(智聯招聘)은 올 3분기 IT 관련 기업의 채용인구가 전년 동기에 비해 51%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중국 최대 온라인투오프라인(O2O) 기업인 메이퇀뎬핑,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 등이 인력을 대규모 감축했다는 소문이 시장에 돌기도 했다.
특히 무역전쟁으로 중국 내 기업환경이 악화돼 외자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할 경우 중국 실업난은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