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면서 내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운용에도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금리차 역전보다 경제 상황을 두루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내년에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투명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경제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은 내년에도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질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년 국내 경기 둔화가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했지만 내년 4월, 늦어도 내년 7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전망치를 낮출 것"이라며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에서 추가 하향 조정이 단행된다면 사실상 경기 하강국면에서의 금리인상이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고 있는 만큼 한은도 금리동결을 통해 발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다른 나라보다 경기 여건이 탄탄한 미국도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높은 한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물가도 문제다. 목표치인 2%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의 또 다른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기자단과의 만찬에서 "물가상승률은 내년 전체로 보면 목표 수준인 2%에 다소 못 미치지만 그래도 1%대 중후반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금융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한은의 금리인상 의지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여기에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에 따른 우려가 남아 있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내년 한 차례가량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구체적인 인상 시점으로는 7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 불균형 완화 욕구와 함께 금리가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총재의 언급, 내년 6월 1.25%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 기준금리 격차 등 이슈들이 많다"면서 "여기에 일본과 유럽의 출구전략, 대만과 태국 등 한국과 비슷한 기준금리 국가들의 금리인상 등이 근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