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자들의 연체율이 높아지는 추세지만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경기 하강기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는 국면이어서 적극적인 연체율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연체율 상승은 은행보다 2금융권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은행은 신용등급 1~3등급의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반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고 소득이 불안정한 차주에게 대출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 역시 마찬가지다. 자본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이들은 유동성이 조금만 악화돼도 큰 타격을 받는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경기 둔화 속 최저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며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카드가 222만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들어 9월까지 휴·폐업 점포 수는 66만개에 달한다. 연간으로는 80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향후 시장금리가 더 오르면 폐업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자영업 폐업률 모형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1% 포인트 오를 경우 자영업자의 폐업위험도는 평균 7% 이상 높아진다.
금리인상에 취약한 건 저신용자도 마찬가지다. 한은이 6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고위험 가구가 4만2000가구 증가한다. 금리상승은 단순히 차주의 이자 상환 부담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갚아야 할 원리금이 많아지면 가계 보유 자산과 소비, 소득 등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올해 3분기부터 제2금융권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 이후 가계부채의 질 하락에 경각심을 갖고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저축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연체율을 낮추는 방법은 두 가지다. 과거에 나간 대출의 경우 보유 중인 대출채권을 매각하면 연체율이 낮아진다.
신규 대출의 경우 차주의 소득이 고정적인지, 갚을 능력이 충분한지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면 된다. 이 경우 대출 문턱이 높아져 신용도가 낮은 차주의 경우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민금융기관으로 여겨지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사의 경우 연체율 관리를 위해 취약차주를 내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져서 당장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은 낮지만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 등으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차주가 늘어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파급효과 등을 무시할 수 없기에 리스크 관리를 내년 중점 경영관리 전략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