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건국 기념일인 국경절 연휴 첫날부터 미·중 간 외교·안보 대화가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중화민족 부흥을 강조하고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린 국기게양식에 11만명이 운집하는 등 중국 전역에서 애국주의가 비등하는 모습이다.
1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 중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과 중국 간의 외교·안보 대화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에서는 양제츠(杨洁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리쭤청(李作成)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미국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대화에 나설 계획이었다.
어느 쪽에서 취소를 통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양국 간 무역 갈등이 군사 등 다른 영역으로 빠르게 전이되는 양상이다.
실제 미국은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난사(南沙)군도)를 근접 항해하며 중국을 자극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미 해군 소속 구축함 디케이터함이 '항행의 자유' 작전의 일환으로 스트래틀리 군도의 게이븐과 존슨 암초의 12해리 내 해역을 지났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중국이 필리핀, 베트남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1일 러시아산 무기를 구매한 중국 군부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고, 25일에는 F-16 전투기 등 군용기 예비 부품을 대만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전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28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중국은 협박을 용납할 수 없으며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호무역주의는 자해에 불과하며 일방주의는 다른 국가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며 미국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中 애국주의 강조, 내부 결속 다지기
외부로부터의 압박이 거세지자 중국은 내부 결속에 주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최고 지도부는 건국 69주년 국경절 관련 행사에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 애국심을 강조했다.
시 주석을 포함한 공산당 상무위원 7명과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은 전날 열린 건국 열사 헌화식과 국경절 리셉션에 잇따라 참석했다.
국내·외 귀빈 1200여명이 참석한 리셉션은 최초로 외신에 공개됐다.
특히 시 주석은 지난 5월 사고가 난 항공기를 안전하게 착륙시켜 인명 피해를 막은 쓰촨항공 소속 조종사와 승무원을 리셉션에 초대해 "영웅적인 행동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치하했다.
시 주석은 "위대한 것은 평범함에서 나오며 영웅은 인민에서 나온다"며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수많은 영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새벽에 진행된 톈안먼 광장 국기게양식에는 무려 11만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관영 CCTV는 이 광경을 생중계하며 애국주의를 고양했다.
인민일보는 이날 논평을 통해 "중국은 국가의 존엄과 핵심 이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며 "중국은 싸움을 원치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논평은 "국제 사회에는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국가들이 있다"며 "이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중국은 각종 위험과 도전에 맞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