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당신의 조직은 보고하십니까? 공유하십니까?

2018-08-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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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튜터링 공동대표

[최경희 튜터링 공동대표]

명품 브랜드 구찌는 올해부터 구찌의 모든 제품에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환경을 생각하고 동물을 보호하자는 밀레니엄 세대의 가치관들을 제품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게다가 패션 회사인 구찌가 만든 여행 애플리케이션은 여행을 좋아하는 밀레니엄 세대를 반영해 만든 것이다. 2015년 취임한 구찌의 최고 경영자 마르코 비자리는 회사 내에 리버스 멘토링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이란 신입 사원들이 선배들을 ‘가르치는’ 역멘토링 제도이다. 보통의 기업에서 멘토링이나 코칭의 개념은 입사를 먼저 한 선배가 이후에 입사한 후배를 가르치는 것이 일반적이니, 구찌의 이 같은 결정은 혁신적임이 분명하다.

이런 구찌의 파격적인 실험은 구찌의 성장세를 급속도로 가속시켰고, 매출은 승승장구해 이례적인 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다 보니 기존 기업과의 차이점이 명확히 보인다. 특히 사내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다른 임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들이 확연히 차이가 있는데, 이는 스타트업이 왜 빠르게 성장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지를 설명해준다.

필자가 기존에 다녔던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부서장을 중심으로 사안이 정해지면 해당 사안들이 아래 직원으로 하달되는 식이었다. 업무의 경우 지시와 보고라는 일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주를 이뤘다.

회의 석상에서도 대부분 신입 사원들은 입을 닫고 있거나, 참석자의 대부분은 업무에 대한 정보를 전달만 받는다. 그렇다 보니 상사에게 결재와 보고를 올리고 승인이 떨어져야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슬랙, 잔디, 트렐로, 먼데이, 콜라비 등과 같은 스타트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업무 툴은 결재, 지시, 보고 등을 하기에 매우 부적합한 툴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툴들은 프로젝트 단위의 참가자를 중심으로 뭉쳐 있고, 업무와 관련된 사람을 소환해 함께 정보와 해당 프로젝트를 관리할 수 있는 공유 중심의 다중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특히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많은 스타트업의 특성을 반영해 기존의 문서 위주에서 다양한 방식의 공유와 협업들이 이 툴 안에서 일어난다. 업무와 연계된 상급자나 다른 팀원에게 나의 업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해당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의 권한과 책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최근 대기업들 또한 스타트업의 문화를 배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체되어 있는 성장세에 혁신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스타트업과 협업하거나 사내벤처를 만들며 혁신의 DNA를 생성하려고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기업 문화를 탐방하거나 국내의 공유 오피스를 방문해 스타트업을 인터뷰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의 성장이 빠르고 업무 효율이 높은 이유는 아쉽게도 겉으로 보이는 책상의 배치나 옷차림으로 알 수 없다.

온·오프라인에서
직급과 나이를 내려놓고 이뤄지는 다중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그 본질을 찾을 수 있다.

구찌와 같이 신입 사원이 임원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 내에서 직급과 나이를 떠나 특정 업무에 대한 지식이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밀레니엄 세대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트렌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신입 사원이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다. 구찌는 이를 인정하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법을 찾았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그간의 산업 구조에서는 균일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기업 성장의 주요한 지표였다. 하지만,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중심으로 빠르고 지속적인 변화를 꾀해야 하는 앞으로의 산업 형태에서는 기존의 정보 전달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큰 변화가 필요함이 분명하다.

혁신하기 위해 스타트업의 문화를 배우고자 한다면, 조직 내의 커뮤니케이션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일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 안에서 반바지만 입고 출근한다고 하여 혁신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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