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멕시코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을 위한 양자 협상 타결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의 장기화를 신호하는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로선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화력을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크레딧스위스의 존 우드 아태지역 전문가는 2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멕시코의 양자 협상 타결은 중국에 “딱히 좋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우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중요한 무역 상대국"인 멕시코와의 갈등을 봉합하면서 "정치적으로 승점을 거두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조속히 해결해야 할 필요에서 다소 벗어난 만큼 미중 무역협상은 11월 중간선거까지 질질 끌려갈 가능성을 제기했다.
ING의 이코노미스트들도 같은 견해를 전했다. 이들은 28일 미-멕시코 협정은 “중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미국의 강경 태도를 강화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으로선 미국 행정부가 무역과 관련해 중국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데 딱히 관심이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이 지적재산권 보호나 강압적인 기술 이전 등의 현안에서 상당 부분 변화된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이상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언론들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앞서 경고한 대로 2000억 달러(약 223조원) 규모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10∼25%의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포함해 '가을 대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양자 협정 타결 이후 중국과 무역 협상을 할 적기가 아니라고 밝히며 당분간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기자들에게 멕시코와의 협상 타결을 알리면서 중국과의 무역갈등과 관련 “대화를 원한다”면서도 “솔직히 말해 지금은 대화를 하기에 좋은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그는 독일, 캐나다 정상과 잇따라 통화를 하면서 무역갈등 해결을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빠르게 끝내지 않을 것임을 신호하는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중국으로서도 불안해할 만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 그룹의 에이미 첼리코 대표는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미중 갈등 해소를 위한 단기적인 해법이 나오기 어려워졌으며, 대중 무역정책에서 강경파가 확실히 승기를 잡은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멕시코와의 협상에서 일몰 조항이나 자동차 원산지 규정에서 종전의 입장에서 다소 물러섰다는 점에 주목하며 긍정적인 신호로 읽었다.
올브라이트 카를로스 올브라이트스톤브릿지 선임 디렉터는 CNBC에 "미국은 멕시코와의 협상에서 기꺼이 양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면서 글로벌 무역분쟁 해소에 "좋은 신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