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중소 상장법인 리포트에 주력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이런 공백을 메꾸는 일을 하고 있다."
독립 리서치업체인 리서치알음을 이끄는 최성환 대표는 증권사에서 못 챙기는 영역에서 경쟁력을 찾았다.
◆턱없이 부족한 중소 상장사 리포트
증권정보업체인 와이즈에프앤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7년 발간한 기업분석보고서 가운데 80.3%는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인 상장사를 대상으로 작성됐다.
이에 비해 5000억원 미만인 중소 상장사 비중은 19.7%밖에 안 됐다. 1000억~3000억원과 3000억~5000억원대인 기업 비중이 각각 9.6%와 7.5%로 집계됐다. 1000억원 이하인 기업은 2.6%에 그쳤다.
시총 3000억원 이하인 상장사 가운데 약 40%만 리포트가 나왔다. 더욱이 시총이 1000억원 이하인 기업 가운데 617곳은 리포트를 1건도 안 냈다.
최성환 대표는 "리서치센터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정보 비대칭성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는 바람에 중소형주 리포트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는 법인고객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법인고객은 대형 상장법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가 기업탐방 대상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돈이 되는 곳만 찾아갈 수밖에 없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주식 중개(브로커리지) 부문을 축소하면서 리서치 수요도 줄었다. 회사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리서치센터를 구조조정한다.
최성환 대표는 "요즘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법인영업팀에 속한 하위부서로 보면 된다"며 "기관투자자는 보유종목(대형주)에 대한 리포트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는 당연히 삼성전자나 셀트리온 같은 시총이 큰 회사를 담을 수밖에 없고, 중소형주는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리서치센터는 매도를 권하는 리포트도 쓰기 어렵다. 회사에서 판매하는 펀드가 사들인 주식을 매도하라는 의견을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얼마 전 외국계 투자은행(IB) 일부가 부정적인 반도체 산업 전망을 내놓았었다. 시총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비슷한 시기에 셀트리온에 대한 매도 리포트도 나왔고, 바이오 업종은 동반 추락했다.
최성환 대표는 "외국계 IB에 우리 투자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평소 매도 리포트를 거의 못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과열 미리 경고한 리서치알음
리서치알음은 올해 초 '바이오주 과열'을 미리 경고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바이오주에 대한 테마감리에 나설 수 있고, 고평가 논란을 재점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테마감리가 시작되자 바이오주는 동반 추락했다. '개발비 인식·평가 적정성'이 문제를 일으켰다.
최성환 대표는 "해외 제약사는 대부분 정부에서 판매를 승인해주는 시점을 기준으로 신약개발 단계를 구분한다"며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임상 3상이나 그 아래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개발비에 넣는 회계처리가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임상 1상에서 신약 승인까지 성공할 확률은 1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지만, 그간 관행이 세계적인 기준에 못 미쳤던 것은 사실이다.
해외 기관투자자는 독립리서치업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관련시장도 크고 정보도 다양하다. 리서치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는 펀드 운용 지침인 '미피드(MIFID)'가 있다. 애널리스트에게 정보 이용료를 직접 지불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국내 증권사에 속한 리서치센터는 매출을 낼 수 없었지만,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자체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최성환 대표는"애널리스트가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면 객관적인 자료를 더 많이 내놓을 것"이라며 "중소기업 리포트를 강화하려면 정부도 리서치시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