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바른미래당의 혁신 작업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선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는 9·2 전당대회의 룰이 18일 사실상 확정 됨에 따라 향후 선출될 차기 지도부가 혁신 작업을 주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전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위원장 이혜훈) 전체회의를 열고 △당 대표·최고위원 통합선출 △책임당원 50% 일반당원 25% 일반국민 여론조사 25% △후보자 1.5배수 컷오프 △1인 2표제 등의 룰을 결정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비대위를 꾸렸다. 오신환·채이배·김수민·이지현 등 40대 젊은 비대위원을 내세워 당 개혁 작업을 도모하려 했지만 사실상 '관리형' 비대위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이번 비대위에서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최고위원회의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당 개혁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해 당을 혁신할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6·13 지방선거 참패로 드러난 당 혁신의 필요성은 9·2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차기 지도부의 역할로 넘겨진 셈이다.
현재까지 차기 당 대표 후보로는 손학규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70),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재단 이사장(54), 이준석 전 노원병 지역위원장(33)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태경 의원(50) 또한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당권주자는 손 전 위원장과 장 이사장이다. 두 사람은 각각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세몰이에 나선 바 있다.
손 전 위원장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변화의 시대 :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편' 토론회를 열고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세대가 정치를 맡아야 된다"면서 "이를 위해 필요한 준비도 있어야 될 것이고, 또 내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내가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손 전 위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출마 여부에 대해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조금 더 두고 보자"고 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으며, 당내 대북정책 전문가로 꼽히는 장 이사장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같은 당 김중로 의원의 주최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안보 전략 연속 간담회'에 기조 발제자로 나섰다.
장 이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낡고 썩은 한국 정치는 혁명의 대상"이라며 "시대 변화를 따라 잡지 못하는 제도, 인물, 관행은 모두 혁명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 후 총선에서 150~180석을 확보해 제1당을 획득하고, 2022년 대선에서 집권당을 만드는게 꿈"이라고도 했다.
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전당대회 룰 문제를 언급하며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지방선거에서 떨어진 후보자들을 만나며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 전 위원장은 "당 대표에 출마할 것"이라며 "선거운동은 대중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위원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운동 보다 다소 높은 인지도를 통한 선거운동에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한편 바른미래당은 당초 비대위원이 9·2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철 비대위원장 또는 다른 비대위원이 당 대표 후보로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당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비대위가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