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50여개 다국적 기업들에게 이란 시장에서 떠날 것을 요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이언 훅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관은 2일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주로 에너지와 금융업종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란 사업 철수를 요구받은 기업에는 프랑스 최대 에너지기업 토탈, 프랑스 자동차 제조사 푸조, 독일 전자회사 지멘스 등이 포함됐다.
이는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및 아시아 국가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11월 초까지 완전히 중단하라고 경고한 뒤 나온 조치다.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높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이끌어냈다는 점을 들면서 이란에 대해서도 동일한 전략을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과 함께 이란의 핵동결을 조건으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이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활동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포괄적 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란 핵협상의 나머지 당사국들은 현행 협정을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서 면제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8월 4일부로 자동차와 금, 금속 거래를 겨냥한 제재를 복원하고, 11월 4일부터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나 이란과의 금융거래에 대한 제재를 재개할 방침이다.
훅 기획관은 이날 “이란의 원유 수출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제로로 만들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미 각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원유 애널리스트들은 이란산 원유 공급이 미국이 원하듯 ‘제로’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현재 공급이 빠듯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란산 원유 수출이 줄어들 경우 유가 급등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 3대 원유 생산국으로 지난달 기준으로 240만 배럴을 해외에 수출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2일 애널리스트들을 인용, 이란의 원유 수출 중단 시 단기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전했다. 3일 아시아 시장에서 글로벌 벤치마크 브렌트유는 배럴당 78달러 부근을 가리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 탈퇴를 지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증산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사우디에 산유량을 일일 200만 배럴 늘릴 것을 요구했다. 사우디 측은 증산 방침을 밝히면서도 정확한 양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