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1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에 제재를 밝히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SK인천석유화학, 한화토탈, 현대케미칼 등은 당장 수입 다변화를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국제 정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반면 이란산 원유를 쓰지 않는 S-OIL과 GS칼텍스는 큰 타격이 없어서 상반된다.
2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수입은 지난해 1억4787만 배럴로 전년보다 32.1% 증가했다. 이는 전체 원유수입의 13.2%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다음 비중이 크다. 올해 1∼5월 수입량은 4450만 배럴로 전체 원유수입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던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등은 미국, 중동, 아프리카 등 수입처 다변화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이들 기업은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 기미를 보인 지난해 말부터 이란산 수입을 줄이고 있다.
이란산의 대체 효과를 누린 미국산 원유 수입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 1~5월 미국 원유수입량은 1109만 배럴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42% 증가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두바이유 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운송비를 포함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GS칼텍스와 S-OIL은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에도 영향이 거의 없다. GS칼텍스는 미국 석유회사 셰브론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란산 원유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S-OIL도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서 대부분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값싼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줄어들면, 석유화학 회사들의 비용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정제마진 하락에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하고 있어 하반기 실적 둔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